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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포도 마을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690 추천 수 0 2007.11.14 09: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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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포도나무가 두 그루 있다. 제법 손톱만한 포도송이가 탐스럽게 열린다. 나는 한 두 알 따서 맛을 보는 것으로 그치고, 모두 새들의 차지로 돌린다. 손님들이 종종 포도를 상자째 사들고 오시는데, 혼자 사는 산중살림이라 먹다 지쳐 포도주를 담그기도 한다. 밭의 포도까지 탐낸다면 새들에게 죄가 될 것이다.

계절은 차츰 가을로 기울고, 포도나무는 썰렁하니 비어 마른 젖가슴을 지닌 ‘가을 여자’만 같구나. 후년을 기약하고 뿌리 주변에 거름 한 줌 넣어주었다.

마침 먼 데서 오신 손님들이 머루 맛이 물씬한 머루포도 한 상자를 놓고 가셨다. 끝물 포도라 맛이 깊고, 그만큼 값도 비싸리라. 고맙게 잘 먹었다. 아랫 집과 절반쯤 나누어 먹고, 밥 대신 포도로 끼니를 대신하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포도송이처럼 때글때글 모여 살던 마을마다 없어지고, 다만 포도송이 혼자서 와글다글 거리는 거 같아. 한 집 두 집 빠지듯 한 알 두 알 떼고 보니 우리네 텅 빈 촌락이 이와 다르지 않구나. 포도 마을이었으면 좋겠어. 포도알처럼 다닥다닥 붙어살고 모여 살았으면 좋겠다. 다시금 그랬으면 좋겠다.

〈글·그림|임의진 시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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