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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달착지근 전어회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772 추천 수 0 2007.11.14 09: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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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나가면 ‘물 반, 전어 반’이라는 요즘. 얼마나 전어 풍년이면 여기 첩첩두메까지 전어회 바람이 불고 이러는 걸까. “핑 와보시란 말이요. 전어 장시가 들어와가꼬 맷마리 샀는디, 여간 달착지근하고 기냥 숨너머 가게들 생겼소야. 차가 보인다고 성님이 꼭 모셔오락 안하요.” 냉장고에서 지난 추석에 먹다만 안동소주 챙겨들고 내려가 보았더니, 안 불러주었다면 엄청 서운했을 뻔 했다.

“얼른 조깐 썰어 보랑게로.”
“카만 있어보그라. 칼질을 하는디 재촉을 하고 염빙이네이. 콰간 손구락 썰어가꼬 멕애 불랑께.”
앞서 몇 순배 돌아 불콰해진 상태에서 접두사와 접미사가 쌍시옷자로 접어들기 직전이었다.
“니는 전어 묵고 심(힘) 쓸디도 없을 틴디 무다라 그라고 기를 쓰고 쳐묵을락 하는지 통 알 수가 읍스야.”
“콰간 저느무 못 배워 묵은 주둥이 하고는.”
두 분이 앙앙거리는데 놀랄 일 아니다. 전라도 말로 ‘이무로워서’, 허물없이 티격태격 저러는 것이다.

“저사 바닷가 살 찍에 아조 전어 빼(뼈)로 이빨을 쑤심수롱 살았든 사람잉게, 성님들이나 원 없이 마니들 자시쇼잉.”
나는 이런 때 꼭 고매한 목사로 살았던 옛 버릇이 튀어나와 쓸데없는 사양을 하고 자빠진다. 집에 돌아가면 못다 먹은 일로 엄청 후회를 할 게 뻔할 터이면서.

〈글·그림|임의진 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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