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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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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때 교회당에 있는 동화책, 만화책들을 보러 찾아오는 꼬맹이들에게 애니메이션 영화 ‘스노우맨’을 구경시켜 주곤 했다. 흐르는 노래도 아름답지만, 눈이 펄펄 내리는 북극으로 눈사람과 손을 잡고서 날아가는 꼬마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도 그런 꿈을 꾸고 있는 듯. 친구가 영화 보는 기계를 선물해 주어 그런 호사를 누리면서 지냈다. 여자 친구들에게 이런 표독한 소리도 주절거렸다. “여자 없인 살아도, 심야영화 없이는 못 살아!”
수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었다. 따시게, 뜨시게, 장작불을 지피고 벽에다 하얀 종이를 붙이고선 간만에 영화를 틀었다. 밖에 또다시 눈이 내리고, 스노우맨이 찾아온다. 지금은 떠나왔으나 뒤통수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눈사람이 녹을 때 안타까워하던 그 한숨들이 여전히 들려오는 것 같다. 내일 아침엔 눈뜨자마자 눈사람을 만들어야지. 영화 속 스노우맨처럼 목도리도 걸쳐주어야지. 무슨 목도리를 해줄까? 벌써부터 궁리.
사람이 그리워서 이 추운 겨울에 우리는 눈사람까지 만드는 거다. 사람이야 사람. 녹아 흘러 먼 바다로 흐르기 전까지, 우리는 이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있는 눈사람이야. 그리워하다보면, 어느 햇살 좋은 날 우리는 한 바다가 되어 얼싸안을 것이다.
〈글·그림|임의진 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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