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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용기

이현주 이현주............... 조회 수 2196 추천 수 0 2008.02.09 00: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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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 <과노긔이야기34/드림>중에서  

노인의 용기

오랜 옛날 일본 땅 어느 해변에 작은 마을이 있었다. 동쪽은 큰 바다요 서쪽은 높은 산이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산비탈을 일궈 만든 다랑이 논에서 일했고, 몇 사람만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았다.
아침마다 사람들은 일을 하기 위해서 산비탈을 올라갔다가 날이 저물면 산기슭 오두막에 내려와 잠을 잤다. 산 위에 움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 집에는 짐승들로부터 논을 지키려고 불 밝히고 망을 보는 노인과 그의 손자가 살았다.
벼들이 누렇게 익어 추수할 무렵, 아침마다 노인은 불에 마지막 땔감을 한 번 더 던져 넣고, 아래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일어나 논으로 일하러 올라가기 전에 이런저런 허드렛일로 바쁘게 움직였다. 불길이 다시 일어나면 노인은 해돋이를 보려고 산 위 벼랑에 올랐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뜨는 해를 볼 수 없었다. 노인의 눈에 해 아닌 다른 것이 들어왔고, 그것이 노인 가슴을 얼어붙게 했던 것이다.
그는 허둥지둥 움집으로 달려와 아직 자고 있는 손자를 깨웠다.
“일어나라, 어서!”
“음, 더 잘래.”
“안 돼! 어서 일어나 불붙은 장작을 가지고 따라와!”
손자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소리 지르는 걸 처음 보았으므로, 얼른 일어나 불붙은 장작을 들고 할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할아버지는 벌써 저만큼 달려가는 중이었다.
“논에 불을 질러라!”
노인이 벼에 불을 붙이며 손자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할아버지! 이건 마을 사람들이 먹을 양식이잖아요? 여기에 불을 놓으면 모두 굶어서 죽을 거예요!”
노인이 더 크게 소리쳤다.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손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할아버지와 함께 마른 벼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내, 논에서 피어 오른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마을 사람들이 불타는 논을 쳐다보고는 비상종을 울리며 남자, 여자, 늙은이, 젊은이, 아이들까지 모두가 산비탈 다랑이 논으로 달려 올라왔다. 그들이 산 위에 이르렀을 때에는 벌써 모든 것이 타버리고, 검은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
“누가 불을 질렀어? 어떻게 된 거야?”
노인이 나서서 말했다. “내가 불을 질렀네.”
“할아버지가, 왜요? 왜 불을 놨어요?”
“저길 보게나.”
노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산더미 같은 파도가 해변 쪽으로 마구 달려들고 있었다. 엄청난 해일(海溢)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센 파도가 마을을 휩쓸어 집들을 종잇장처럼 구기고 부서뜨렸다. 마을 사람들은 넋을 잃고 파도에 쓸려가는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누군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아니야.” 한 노파가 말했다. “우리는 목숨을 구했다. 아무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어.”
마을 장로가 말했다. “오늘 밤부터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합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용기와 지혜로 우리를 살려주신 할아버지에게 고맙다고 해야겠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죽을 때까지 마을 사람들은 그의 용기와 지혜를 칭송했다.
기도: 주님, 아무리 어렵고 난감한 일을 당하더라도 사정이 그보다 더 나빴을 수도 있음을 잊지 말고, 고마운 마음으로 대처하게 도와주십시오. 아울러, 아무리 급하고 절박한 일을 당하더라도 침착하고 차분하게 먼저 할 일을 찾아 먼저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우리에게 주십시오.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미리 절망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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