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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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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과노긔이야기41/드림>중에서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외딴 곳에서 오랜 세월 명상수련을 한 은수자가 하루는 천사의 방문을 받았다.
자신의 고된 수련이 결실을 맺어, 마침내 성스러운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 모양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천사가 그에게 말했다.
“어디 어디에 널리 자선을 베풀며 사는 아무개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에게 가서, 정확하게 여섯 달 뒤면 그 동안의 선행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낙원에 불러들이실 것이라는 하느님 말씀을 전해주시오.”
은수자가 기꺼이 아무개를 찾아갔다.
자선가 아무개는 은수자를 통해서 여섯 달 뒤에 낙원으로 불러들이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을 전해 들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선행에 힘을 쏟아, 한 사람이라도 더 도우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여섯 달이 지나 석삼년이 되었는데도 자선가는 죽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이 그는 즐겁게 선행을 계속했다.
오히려 은수자가 초조해졌다. 자기의 예언이 들어맞지 않은 결과가 되었고, 그 때문에 사람들한테서 가짜 예언자라고 손가락질 받을 일을 생각하니, 밥맛도 없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신경쇠약에 걸려 미칠 지경이 되었을 때, 천사가 다시 나타나 그에게 말했다.
“그대야말로 얼마나 한심한 사람인가? 내 진실을 말해주지. 그대가 찾아가서 하느님 말씀을 전해준 바 있는 아무개 그 사람은 그로부터 정확히 여섯 달 뒤에 '죽어서’낙원에 올라갔네. 다만, 그 껍질이 아직 세상에 머물며 남은 즐거움을 마저 맛보고 있는 중이지. 그런데 그대는 여전히 쓸데없는 일로 번민을 하는구먼. 하지만, 바야흐로 허영심의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맛보았으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구도(求道)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걸세.”
기도: 제 어미가 죽기 사흘 전, “내 혼은 벌써 천국에 올라갔고 이건 껍질에 지나지 않으니 어미로 보지 말라”고 말하던 게 생각납니다.
“죽기 전에 죽어서 나와 함께 부활하자”던 어느 수피의 말도 기억나고요. 주님, 어떻게 하면 저도 죽기 전에 죽을 수 있을까요? 아, 그건 제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니 신경 끊으라고요?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불끈거리고 치솟는 이 눈먼 욕망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야기 속의 자선가 아무개처럼은 못되더라도, 아직 목숨 붙어 있을 동안 저의 ‘죽음’을 경험하고 싶은 이 마음만은 언제 어디서나 유념(留念)하여 살도록 도와주십시오, 주님. ⓒ이현주 (목사)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외딴 곳에서 오랜 세월 명상수련을 한 은수자가 하루는 천사의 방문을 받았다.
자신의 고된 수련이 결실을 맺어, 마침내 성스러운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 모양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천사가 그에게 말했다.
“어디 어디에 널리 자선을 베풀며 사는 아무개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에게 가서, 정확하게 여섯 달 뒤면 그 동안의 선행에 대한 보상으로 그를 낙원에 불러들이실 것이라는 하느님 말씀을 전해주시오.”
은수자가 기꺼이 아무개를 찾아갔다.
자선가 아무개는 은수자를 통해서 여섯 달 뒤에 낙원으로 불러들이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을 전해 들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선행에 힘을 쏟아, 한 사람이라도 더 도우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여섯 달이 지나 석삼년이 되었는데도 자선가는 죽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이 그는 즐겁게 선행을 계속했다.
오히려 은수자가 초조해졌다. 자기의 예언이 들어맞지 않은 결과가 되었고, 그 때문에 사람들한테서 가짜 예언자라고 손가락질 받을 일을 생각하니, 밥맛도 없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신경쇠약에 걸려 미칠 지경이 되었을 때, 천사가 다시 나타나 그에게 말했다.
“그대야말로 얼마나 한심한 사람인가? 내 진실을 말해주지. 그대가 찾아가서 하느님 말씀을 전해준 바 있는 아무개 그 사람은 그로부터 정확히 여섯 달 뒤에 '죽어서’낙원에 올라갔네. 다만, 그 껍질이 아직 세상에 머물며 남은 즐거움을 마저 맛보고 있는 중이지. 그런데 그대는 여전히 쓸데없는 일로 번민을 하는구먼. 하지만, 바야흐로 허영심의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맛보았으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구도(求道)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걸세.”
기도: 제 어미가 죽기 사흘 전, “내 혼은 벌써 천국에 올라갔고 이건 껍질에 지나지 않으니 어미로 보지 말라”고 말하던 게 생각납니다.
“죽기 전에 죽어서 나와 함께 부활하자”던 어느 수피의 말도 기억나고요. 주님, 어떻게 하면 저도 죽기 전에 죽을 수 있을까요? 아, 그건 제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니 신경 끊으라고요?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불끈거리고 치솟는 이 눈먼 욕망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야기 속의 자선가 아무개처럼은 못되더라도, 아직 목숨 붙어 있을 동안 저의 ‘죽음’을 경험하고 싶은 이 마음만은 언제 어디서나 유념(留念)하여 살도록 도와주십시오, 주님.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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