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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하느님 손 안에

이현주 이현주............... 조회 수 2239 추천 수 0 2008.02.24 01: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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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과노긔이야기58/드림>중에서  

내일은 하느님 손 안에

작은 나라를 사랑과 정의로 다스리는 왕이 있었다. 가끔 변복을 하고 거리를 돌며 백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곤 했다.
어느 날 밤, 거리를 걷다가 허름한 오두막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오두막은 방문과 창문이 모두 열려 있고 안에는 건장하게 생긴 사내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왕이 문을 두드리고 물었다.
"길 가는 나그네올시다. 들어가도 될까요?"
"어서 오시오.” 사내가 소리쳐 말했다. “손님은 하느님의 선물이지요! 들어오시오. 이것 좀 같이 먹읍시다.”
왕은 방으로 들어가서 식탁 위의 소박한 음식을 함께 먹었다. 두 사람은 마음을 터놓고 말을 나누다가 금방 친구가 되었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친구, 자네 직업이 무엇인가?"
"구두 수선공이라네. 아침마다 연장을 챙겨 들고 거리로 나가서 이리저리 다니며 사람들 구두를 고쳐주지. 그들이 동전 몇 닢 던져주면 모아두었다가 저녁에 몽땅 털어서 먹을 것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네."
"날마다 그렇게 그날 번 돈을 몽땅 털어 먹을 것을 사온단 말인가? 내일을 위해 얼마쯤 저축해두지 않고서?"
구두 수선공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은 하느님 손 안에 있는 것일세. 그분이 알아서 마련해주시겠지. 난 그저 날마다 하루치씩 그분을 찬양하고 그분께 감사드릴 뿐이라네.”
왕은 그의 집을 떠나면서 내일 밤에 다시 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구두 수선공이 다정하게 말했다. “물론. 언제든지 환영일세.”
이튿날 왕은 그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왕실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구두를 수선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그날 밤, 왕이 오두막을 찾았을 때 구두 수선공은 여전히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어제처럼 음식을 먹고 있었다. 왕은 속으로 놀랐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그에게 물었다. “오늘은 어떻게 지냈나?”
"아침에 일어나니 왕실 허락 없이는 아무도 구두를 수선할 수 없다는 금지령을 임금님이 내리셨더군. 그래서 사람들 집에 우물물을 길어다 주었지. 그랬더니 동전 몇 닢씩 주기에 모아두었다가 몽땅 털어 먹을 것을 사왔네. 와서 함께 들지 않겠나?"
"오늘도 하루 번 돈을 몽땅 썼다고? 내일은 어쩔 참인가? 만약에 남의 집 물을 길어줄 수가 없게 된다면 말이야.”
구두 수선공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은 하느님 손 안에 있는 것일세. 그분이 알아서 하시겠지. 난 그저 그분의 종으로서 날마다 그날 하루치 찬양과 감사를 드릴 뿐이라네.”
이튿날, 왕은 그를 한 번 더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남의 집 물 길어다주는 일을 금지하는 법령을 선포했다.
그날 저녁, 왕이 구두 수선공의 오두막을 찾았을 때에 그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왕이 물었다. “오늘 아침, 물 길어다 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이 선포되었다기에 자네 걱정을 했는데, 어떻게 음식을 마련한 건가?”
"임금님이 물 길어주는 일을 못하게 하신다는 말을 듣고 오늘은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가 사람들 집에 나눠주었지. 그랬더니 동전 몇 닢씩 주더군. 저녁에 몽땅 털어 먹을 것을 샀네.”
"허어 참! 내일에 왕이 나무하는 일을 못하게 하면 어쩔 생각인가?”
"내일은 하느님 손 안에 있는 것일세. 그분이 알아서 하시겠지.”
이튿날, 모든 나무꾼은 즉시 신고하고 자진해서 왕실 군대로 훈련받아야 한다는 왕명이 선포되었다. 나무꾼이 된 구두 수선공은 정직하게 신고를 하고 온종일 훈련을 받았다. 날이 저물자 삯을 한 푼도 못 받고 집으로 돌려보내졌는데, 다만 칼 한 자루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는 귀가 길에 전당포에 들러 칼을 맡기고 빌린 돈으로 먹을 것을 샀다. 그런 다음, 나무로 칼을 깎아서 칼집에 넣고 허리에 찼다.
그날 밤, 찾아온 왕에게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내일 자네 칼을 조사한다면 어떻게 할 참인가?”
구두 수선공이 조용히 말했다. “내일은 하느님 손 안에 있는 것일세. 그분이 알아서 하시겠지.”
이튿날, 왕실 경호대장이 구두 수선공을 찾아와서 말했다. “오늘 너는 사형수 목을 치는 망나니로 뽑혔다. 나와 함께 가자.”
구두 수선공이 항의했다.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목숨을 죽여본 적이 없어요.”
경호대장이 눈을 부라렸다.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이윽고 형장에 이르러 묶여있는 사형수 앞에서 구두 수선공은 한 손으로 칼집을 들어 올리고 다른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기도했다. “전능하신 하느님. 하느님만이 죄 있는 자와 죄 없는 자를 심판하실 수 있나이다. 이 사람한테 죄가 있다면 이 칼을 날카롭게 하시고 제 팔을 힘 있게 하시어 단칼에 목을 칠 수 있도록 해주시고 만약에 죄가 없다면 이 칼을 나무칼로 만들어주십시오.”
그러고는 배우 같은 몸짓으로 칼집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그가 뽑아든 칼이 나무칼임을 알고 모두들 깜짝 놀랐다.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던 왕이 달려와서 그에게 말했다. “나를 알아보겠느냐? 내가 이 나라 왕이다. 오늘부터 그대는 내 손님이다. 나와 함께 왕궁에서 살며 내 식탁에서 함께 먹자. 무슨, 할 말 있는가?”
구두 수선공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주님이 다 알아서 하실 거라고 했잖아요? 오늘부터는 임금님과 함께 날마다 그날 하루치 감사와 찬양을 드릴 수 있게 되었네요.”
기도: 내일 일은 내일에 맡기라고, 오늘 하루 수고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렇게 가르치셨고 그렇게 사셨고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신 주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그동안 너무 많은 ‘내일 걱정’으로 소중한 ‘오늘’을 낭비하며 바보처럼 살았어요.
주님, 간절히 빕니다. 이미 지나간 일과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매달려 목숨만큼 소중한 ‘지금, 여기’를 허투루 보내는 어리석음에서 저를 건져주십시오.
그리하여 언제 어디서나 제 몸이 차지하고 있는 ‘바로 여기, 바로 지금’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내일이 하느님 손 안에 있듯이 오늘도 하느님 손 안에 있음을 잊지 않도록, 순간마다 저를 일깨워주십시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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