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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집 한채, 방 한칸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574 추천 수 0 2008.05.15 12:41:21
.........


봄바람, 봄비에 봄눈, 오늘은 봄햇살. 볕 좋은 곳에 자리를 깔고 점심때까지 뒹굴며 보냈다.
여독에 몸살기운까지 겹쳐 며칠 끙끙 앓다가 간신히 추슬러 낸 몸이다.

지난주는 노래를 불러 달라는 곳이 있어 남쪽나라에 잠깐 다녀왔다.
팔자가 기구하고 잡다하여 언제부터인가 노래를 짓고 노래를 부르며 살고 있다.
집시들의 악기 우쿨렐레 기타를 둘러메고 공항에 내렸다.
친구 작업실이 있어 10여일 그곳에 짐을 부렸다.
오래되고 낡은 목조 건물이라 춥고 쿰쿰하다.
겨울엔 처음 방문이어서 유독 내 양지바른 집이 그리웠다.
반가운 친구들과 재회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으나 침낭에 누워 잠을 청할 때는 어김없이 장작불로 데운 후끈한 아랫목 생각이 간절하였다.

드디어 공연을 마치고 집에 당도. 김치를 한 움큼 꺼내 칼로 썰지도 않고 찢어 먹었다.
난로에서 끓은 물로 차를 우려 마시고, 여행 중에 사온 책들을 구경하다 졸기도 한다.
역시 우리 집이, 내 나라가 최고야. 집 한채, 방 한칸 없는 사람들의 설움을 정말 알 것 같다.
수십년 타향살이의 서글픔까지도, 아주 조금은.

〈 글·그림 | 임의진 목사·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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