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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마음 씻음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661 추천 수 0 2008.05.15 12: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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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는, 우스개 속담이 있단다.
요즘 여긴 얼굴이 검게 탈 만큼 따가운 햇살이 연일 쨍쨍하다.
챙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과 함께 영산강 둑을 따라 걸었다.
봄볕에 그을린 얼굴들이 아부재기를 치며 제발 운하만은 막아달라고 법회도 가졌다.
기도하는 사람들의 착한 염원이 부디 꺾이지 않기를, 큰절로 마중하고 큰절로 배웅한 하루였다.

담양에 이거한 지 한참 되었는데도 이렇게 잘 보존된 습지가 가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연동사라는 예쁜 절 주지 스님이랑 가끔 칼국수도 먹고 하는데, 마음이 바빠 한밤중 불쑥 찾아갔다.
삼라만상 자연에 대한 감사와 공경을 담은 지역의 종교인 모임이라도 하나 꾸려내자고, 둘이서 먼저 뜻을 모았다.
“절에 가니 파리가 스님을 따라 합장을 하네”라는 바쇼의 시가 있는데, 나도 파리처럼 합장을 하고 기도했다.
아마 두꺼비며 소금쟁이, 아기풀꽃들, 물고기떼도 모두 그런 기도를 바쳤으리라.

예수님은 들에 핀 꽃을 보고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 했다.
그대는 하루 종일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사는가.
빌딩 숲에서 나와 가끔 꽃을 보고 새를 보라.
흘러가는 강물에 마음을 씻으라.
우리들 마음이 재물에 어두워지니 운하다 뭐다 허깨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큰일이다, 큰일 났다.

〈 글·그림 | 임의진 목사·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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