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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청보리밭 사랑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580 추천 수 0 2008.05.15 13:00:38
.........


바퀴가 찢어진 뒤로 버려둔 고물 자전거.
한 번 수리하는 점포에 데려갔는데 사망진단을 받았다.
살아생전 아버지 아끼며 타신 자전거라 고물상에 팔기도 뭐했다.
그런데 며칠 전 자전거 애호가인 지인이 나로선 과분한 자전거를 한 대 선물해 주셨다.
고마워서라도 자주 자전거 페달을 밟고 들길 산길을 쏘다녀야지.

들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청보리밭이다.
승용차, 고속기차, 비행기로는 청보리밭을 지나치고 말 것이다.
걷는 게 가장 편안한 인간의 속도이겠지만, 자전거의 속도 정도면 그래도 보리밭의 푸른 청혼 앞에 감격할 수 있다.
어디선가 새 우는 소리가 들렸다.
몽환에서 깨우는 듯, 고개를 드니 외로운 새 한 마리 슬프게 울며 날아갔다.
새는 날개가 있어 한번 헤어지면 너무도 멀리 떨어지고 말 것이리라.
때문에 새들은 어떤 존재보다도 나란히 날고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들은 각별한 사랑을 하지 못하면, 이별이 너무도 멀고 클 것이다. 그들의 빠름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새들이 저리 구슬피 우는 까닭은 이별이 많기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하는 이가 마음뿐만 아니라 몸조차 아주 멀리 떠나버린다면, 목놓아 울지 않고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청보리밭에서 나는 헤어지지 않을 사랑들을 헤어본다.
그래서 천천히, 나란히 당신을 좇아 달려간다.
빠른 날개가 없는 것이 새삼 감사한 어느 날, 청보리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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