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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구름 단상

이해인 이해인............... 조회 수 2738 추천 수 0 2008.08.27 18: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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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856  

흰구름 단상

1.
비온 뒤의 하늘, 하늘 위의 흰구름, 구름이 아름다운 날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잠시 시선을 둔 사이 어느새 모양이 바뀌는 구름. 어린 시절 그리 했던 것처럼 잔디밭에 누워 흰구름을 실컷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구름에 대한 노래, 구름에 대한 시(詩), 구름에 대한 그림을 모으며 나는 구름이 좋아 수녀 이름도 구름(cloud)으로 하지 않았던가. 시인 헤세(Hesse)와 셸리(Shelley)의 '구름', 성서에 자주 나오는 구름의 상징성을 논문으로 쓰고 싶던 나의 길망도 이젠 구름 속에 숨고 말았다. 푸른 하늘 위에 점점이 떠있는 흰구름처럼 내 안에 떠다니는 구름 같은 생각들을 종종 종이 위에 적어 둔다. 그래서 '흰구름 단상'이라 부쳐 놓고 내 생각들을 그려 넣으면 이것이 후에는 시와 수필의 소재가 되고 편지도 된다.

2.
나이 들수록 새로운 사귐, 새로운 만남이 혹시 사랑으로 오더라도 왠지 두렵다. 누가 이것을 케케묵은 생각이라 비웃어도 어쩔 수 없다. 항아리 속의 오래된 장맛처럼, 낡은 일기장에 얹힌 세월의 향기처럼, 편안하고 담담하고 낯설지 않은 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 새 구두를 며칠 신다가도 이내 낡은 구두를 다시 찾아 신게 되고, 어쩌다 식탁에서 자리가 모자라서 두리번거리다가 새 얼굴인 수녀들이 오라고 해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벗들을 얼른 찾아가게 된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면서 살 수 있는 개방성과 신선함이 좋은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역시 옛 것이 좋고 오래된 것, 낯익은 것에 집착하는 나이기에 가끔은 답답하리만큼 보수적이고 고루하다는 평을 듣는지도 모르겠다.

3.
미국 제네시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유진 수사님이 어디서 구했는지 내가 좋아하는 시인 '조이스 킬머'의 사망 이후 그를 추모하는 글이 실린 1918. 8. 19일자 '뉴욕 타임즈'의 추모 기사 원본을 오려서 보내 주어 얼마나 기뻤는지! 거의 80년 된 기사이니 빛깔이 바래고 찢어져서 너덜너덜해졌지만 원본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느낌... 여러 시인들의 추모 시구를 모아 놓은 내용도 마음에 들어 몇 개 복사해서 피천득 선생님과 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는 벗들에게도 나누어주어야겠다.
'시는 나와 같은 바보가 짓지만 나무를 만드는 건 하느님뿐'이라고 노래한 킬머의 '나무들'이란 시가 어느 때보다도 생각나는 날이다. 사소한 일로 마음이 부대끼고 갈등 속에 있다가도 창 밖의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뭐 그걸 가지고 그래?' 하며 빙그레 웃는 것도 같고... 나무의 모습을 닮은 성자들의 모습도 떠오르고...

4.
간밤엔 웬 꿈을 그리도 많이 꾸었을까? 평소 생활을 반영해 주기도 하는 꿈의 세게. 그냥 무시해 버리기엔 너무 많은 의미가 있음을 나도 자주 체험하는 편이다. 피정(避靜)중에도 지도자들이 가끔 꿈을 주제로 묵상시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깨고 나면 잊어버리는 꿈이 더 많지만 수도원에 오래 살면서 나의 꿈의 세계도 이젠 좀 정화되고 아름답게 성숙되고 있음을 문득 느끼며 스스로 고마워할 때가 있다.

5.
"수녀, 잘 있었나? 실은 간밤 내 꿈에 수녀 얼굴이 보여서 말이야. 혹시 무슨 근심거리가 있는가 하고 전화 걸었지." 아침에 걸려온 구상 선생님의 전화. 몇 년 전, 내가 매스컴에 시달리며 괴로워할 때도 옆에서 함께 안타까워하시며 힘과 위로가 되어 주셨던 선생님은 내가 당신의 조카딸쯤 되는 것 같다고 웃으신다. "시인 노릇보다도 수녀 노릇을 더 잘해야 한다"고 당부하시던 선생님은 오늘도 사면이 시집으로 둘러싸이고 새소리도 들리는 서재에서 시를 쓰고 계시겠지.

6.
미국 오하이오에서 마종기 시인이 보내준 두 권의 시집. <그 나라 하늘빛>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여러 번 읽었다. '바람의 말' '나비의 꿈' '비오는 날' '우화의 강'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들이다. 평범한 일상의 삶, 남들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들에서 그토록 깊고, 절제되고, 따뜻한 시를 끌어낼 수 있는 시인의 눈과 마음을 한껏 부러워했다. 장미꽃 우표가 붙은 그의 편지도 시만큼이나 아름답고 따뜻하다.
어느 성당 기공식에서의 기념 삽질을 하며 흙을 붓다가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왈칵 눈물이 나더라는 이야기도 했다. 아동문학가로 널리 알려진 그의 아버지 마해송씨의 동화 '모래알고금' '앙그리께'를 밤새워 읽던 어린 시절의 추억도 새롭다.

7.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길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던 꽃밭이
숨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희망적인 일이겠니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두근거려지는 일이겠니!  -나태주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라는 시집 속의 모든 말들은 모두 깨끗하고 아름답다. 비 오는 날, 숲의 향기를 맡으며, 새소리를 들으며 이 시집을 읽으면 사슴 닮은 눈을 지닌 내 옛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늘 좋은 시를 쓰고 싶다. 어쩌다 시상이라도 떠오르면 그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메모지에 적어서 베개 밑에 깔고 자곤 한다. 자다가도 생각이 나면 적어놓으려고, 그리고 새로 솟은 생각을 더 깊이 익혀두고 싶어서... 남들은 단 몇 분만에 읽어버리고 마는 짧은 시라도 쓰는 이에게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기다림이고 인내의 열매이다.

8.
우리들보다 더 힘들게 살면서도
언제나 우리들보다 더 먼저 용서하는 새들
가벼운 것일지라도
새들은 가끔씩 깃털을 버리는가 보다
버릴 것은 버리면서
가볍게 하늘을 나는가 보다   -권영상

권영상님의 새들에 대한 시 몇 구절을 새소리를 들으면서 읊어 보았다. 최근에 작가로부터 받은 동시집 <아흔 아홉 개의 꿈>의 갈피마다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시어들, 그의 동시들은 내가 가장 많이 편지나 카드에 인용하는 시이기도 하다.
오늘은 고운 꽃다발을 선물로 받아 마침 먼 나라에서 수녀원을 방문한 손님에게 드렸더니 매우 기뻐하였지. 결국 선물은 돌고 도는 것,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만을 위해서 꼭 붙들고 있는 것보다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들더라도 더 필요한 이에게 선뜻 내어놓을 수 있는 선선함이야말로 인색한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  

9
하얀 마가렛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어찌 꽃들은 그리도 자기의 때를 잘도 알아 피고 지는 것일까. 늘 조심스럽고 성실하면서도 명랑한 모습의 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조촐한 꽃. 수도자의 모습도 이와 같았으면 한다.
우리 성당 앞 십자로의 느티나무는 어느새 키도 많이 크고 잎사귀도 많이 달았다. 1991년 9월, 수녀회 60주년 기념식수로 심은 나무가 해를 거듭할수록 풍채를 자랑하고 있구나.
느티나무야, 너는 매일 성당의 종소리를 제일 가까이 듣고 있지? 수녀들의 인사이동이 있을 적마다 떠나는 이들과 보내는 이들의 겉모습과 속마음을 누구보다 많이 지켜볼 수 있지? 우리집에 드나드는 다양한 손님들의 표정과 마음도 읽을 수 있지? 네가 곁에 있으므로 우리는 늘 정겨운 느낌이 들고 든든하단다.

10.
옷장에 걸어 두었던 옷들을 다 꺼내어 다림질하고, 떨어진 곳을 꿰매고 하는 일은 즐거웠다.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서류를 만지는 일과는 다른 느낌이다. 늘 별것도 없는 빤한 살림인데도 한번 움직이려면 무엇이 그리 많은지. 좀 더 깔끔하고 소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미루어 두곤 하는 나를 반성한다. 정신의 소유도, 물질의 소유도 모두 필요 외에 여분으로 갖는 것은 자유로운 삶을 방해한다. 예전에 비하면 수도자의 삶의 양식도 많이 편리해지고 부유해졌다고 볼 수가 있다. 각 개인이 자기 스스로 절제하고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타락하기 쉬울 것이다.

11
"수녀님, 우리 여기 놀이터에서 아주 조금만 놀다 가도 돼요?" 라고 우리가 외출할 때마다 동네 어린이들은 우리 유치원을 가리키며 묻곤 한다. "그래, 조금만 놀다 가라.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야지, 응?" 하고 대답하며 그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없음을 아쉬워한다.
어린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마음껏 뛰놀아야 어른이 돼서도 구김살 없는 사랑을 할 수 있고 인생의 어려움도 잘 헤쳐 갈 수 있을 텐데... 아이들의 웃음을 보니 내 마음도 밝아졌다. <시나라로 가는 길>이라는 어린이 시 낭송집도 들으며 동심으로 돌아가 본 날이었다. 어린이들의 순결한 목소리를 들으면 괜히 눈물부터 난다.

12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성을 내는 것은 늘 이유가 있음을 정당화시키고 남이 자기에게 성을 내는 것은 사소한 부분이라도 못 견디며 억울해 하는 경향이 있다.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적일 때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온유해 지기는커녕 그 반대가 되어 가는 모습을 나 자신에게서도 본다.
오늘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표현, '신경질 난다'는 말을 혼자 말을 여러 번 하며 나 스스로 놀랐다. 갈수록 인내심도 없고 너그러움보다는 옹졸함이, 이타심  보다는 이기심이 더 크게 자리를 잡아가니 큰일이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더라도 결코 막말을 해서는 안 되는데... 용서, 관용, 인내, 이런 것들이 나이 들수록 더욱 어려워진다면 나는 분명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13
'나는 내가 경험한 작은 사랑이 세상에 나가 큰 사랑으로 넓어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것이 결국은 내 사랑의 완성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던 양귀자님의 소설 <천년의 사랑>을 여행 중에 읽었다. 소설가들의 상상력은 항상 놀랍기만 하다.

14
부산에서 안동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길이 매우 아름다웠다. 세상 다른 곳에도 빼어난 아름다움이 많이 있을 테지만 - 아주 작아도 구석구석 우리나라 고유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곳을 여행할 때마다 새롭게 느끼며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해외에 다녀온 이들이 가끔 "한국보다는 외국이 살기 더 편하다" "고국에 잔뜩 기대를 하고 왔는데 볼 것이 없다"고 가볍게 말할 때는 "그래요?" 하면서도 매우 서운한 마음이 들곤 했다.
젊은이들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국어 맞춤법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틀린 것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로 시작하는 유흥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누구나 한번은 읽어야 할 좋은책이다.

15
아무리 애를 써도 억지로는 짜낼 수 없는 시. 그러나 안 써지는 것 역시 즐거워하기로 한다. 시가 어려워도 시를 포기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 세상은 더욱 아름다우리. 보석처럼 열심히 갈고 닦은 빛나는 시인들을 나는 죽을 때까지 질투하며 부러워하리라.

16
르완다의 뼈만 남은 어린이들의 그 퀭한 눈들이 자꾸 나를 쳐다본다. 북한의 배고픈 겨레에게 우리 정부는 너무나 무심하고 냉랭하다. 오늘도 태연히 밥을 먹는 게 부끄럽다. 눈물을 글썽인다고, 기도한다고 그들에게 힘이 될까? 우리 나름대로 절식을 해서 그 몫을 떼어 돕는다지만 어쩐지 답답하다. 이웃의 아픔과 불행에 그냥 속수무책인 것만 같은 나의 위치가 가끔 괴로울 때가 있다. 수도자의 삶이란, 마음뿐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돕고 싶은 가난한 이들에게 자기 개인의 뜻과 이름으로 베풀고 싶은 원의 조차 포기하는 가난함에 있다. 온전한 순명, 철저한 고독에 나 자신을 내맡기는 신앙과 용기가 내겐 아직도 무척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17
암세포가 온 몸에 퍼져 항암치료를 받는 c수녀님 방에 그분이 좋아하는 풀꽃 한 묶음을 들고 갔더니 매우 기뻐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니 나도 기뻤다. 아름다운 꽃은 중환자들에게도 아름다운 위로가 됨을 다시 보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귀찮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속단하는 것은 잘못인 것 같다.
"거듭 생각해도 고마운 것이 너무 많고, 고마운 이들이 너무 많아요. 전에 큰 수술을 받았을 때는 이만하면 됐으니 데려가 달라는 기도가 나오던데, 이번엔 이상하게 조금만 더 생명을 연장시켜 달라는 욕심을 부리게 돼요. 그분이 다 알아서 잘해 주시리라 믿고 싶어요" 하는 수녀님의 야윈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할말을 잃었다.

18
그동안 노환으로 고생하시던 수녀님 한 분이 우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히 선종하셨다. 안구기증을 하시고 나니 시신이 되어서도 하얀 붕대로 두 눈을 가리시고, 흰옷 차림으로 백장미 향기 속에 고요히 누워 계셨다. 약간은 푸른빛을 띤 얼굴, 십자고상과 묵주를 든 차가운 침묵의 손. 수녀님은 이제 오래 계속 될, 누워 있는 침묵 자체였다. 깊고도 긴 침묵. 이 침묵 앞에서 우린 대체 누구이며 무엇인가?
조종(弔鐘)을 치고 모든 장례 예절을 질서정연하게 진행하던 우리였지만 입관, 하관 예절을 할 때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17통 1반인 우리 수녀원의 세대주이기도 했던 수애 수녀님의 그 이름을 지우려니 참으로 서운합니다."라고 한 총원장의 슬픈 고별사를 들을 때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고,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여왔다.

19
나는 오늘  '하관(下棺)'이라는 시 한편을 썼다.

삶의 의무를 다 끝낸
겸허한 마침표 하나가
네모난 상자에 누워
천천히 땅 밑으로 내려가네


이승에서 못다 한 이야기
못다 한 사랑 대신하라 이르며
영원히 눈감은 우리 가운데의 한 사람

흙을 뿌리며 꽃을 던지며
울음을 삼키는 남은 이들 곁에
바람은 침묵하고 새들은 조용하네
더 깊이, 더 낮게 홀로 내려가야 하는
고독한 작별인사

흙빛의 차디찬 침묵 사이로
언뜻 스쳐가는 우리 모두의 죽음
한평생 기도하며 살았기에
눈물도 성수(聖水)처럼 맑을 수 있던
노수녀(老修女)의 마지막 미소가
우리 가슴 속에 하얀 구름으로 떠오르네

20
가까운 이들이 이 세상을 떠났을 때의 그 느낌을 시로 쓰고 나면 며칠은 시름시름 몸이 아프고 태풍에 쓰러진 나무와 같다. 간밤엔 때아닌 추위가 느껴져 꽁꽁 싸 두었던 이불을 다시 꺼내 덥고 잤다. 슬픔을 일으켜 세우는 건 언제나 슬픔인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실컷 슬픔을 풀어내고 나면 나는 어느새 용감해져서 일상의 길을 걸어 들어가 조금씩 웃을 수 있다. 죽은 이들은 말이 없으니 그들을 위해 시를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렇게 해서라도 약간의 위로를 받고 싶은, 살아남은 자들의 조그만 욕심인지도 모른다. '수녀님도 하느님 만나실 그 날까지 예쁜 일 많이 하시다가 깊은 잠자는 듯 그렇게 떠나십시오'라고 어느 지인은 내게 글을 보냈지만 죽음에 대해서만은 정말 아무 계획도 미리 세울 수가 없다는 것을 임종하는 이들 곁에서 절감한다.



21
예년보다 더디 오는 가을을 반기며 오늘 내 마음을 스쳐갔던 흰구름 단상.

가을 바람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뭇잎을 스쳐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끓어오르던 내 마음을 식히며
이제 바람은
흰옷 입고 문을 여는 내게
박하내음 가득한 언어를 풀어내려 하네.
나의 약점까지도 이해하는 오래된 친구처럼
내 어깨를 감싸안으며 더 넓어지라고 하네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더 맑게 더 크게 웃으라고 하네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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