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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가을바람 손님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829 추천 수 0 2008.09.06 20: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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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어느 날, 눈떠보니까 가을이더라고요. 그런 날 있잖아요. 세상이 어제와 딴판으로 달라 보이는 날. 그랬다니까요. ‘어- 바람 냄새가 다르네? 어제 그 바람 냄새가 아니네?’ 가을 초입, 호박꽃 피고 호박 익어가고, 대추도 굵어가고, 감도 조금씩 노란 빛깔로 변해가네요. 저 푸른 논배미도 금방 황금들판이 되겠지요. 밑에 동네 가운데 황금리라고 있어요. 광주 나갈 때 그 앞을 지나가곤 하는데, 가을에 황금마을 앞은 그야말로 황금들판.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어요.

막바지 휴가철이라 연일 손님들로 북적북적! 대미를 장식한 건, 하안거 마치고 잠깐 나들이 오신 스님 친구들. 정부의 종교편향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잠깐 나눴네요. 그쪽 동네는 가을바람 언제부나 싶어요. 같은 종교 집안사람들끼리 밤낮없이 부둥켜안고 감싸주면 비질비질 땀나는 삼복더위만 여전할 텐데…. 암튼 이제부터는 가을손님 맞아야지요. 가을손님 일번타자는 가을바람이에요.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산 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준대요.”

가을동안 나도 나무를 해야 해요. 겨울 나려면 나뭇광을 채워야지요. 마른 나뭇잎 뒹구는 산길, 가을바람 쐬면서 부지런한 나무꾼은 오르락 내리락.

<글·그림|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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