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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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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꽃이, 하얗거나 보랏빛이거나 언뜻 보면 연분홍이거나 여러 빛깔이 한데 모인 구절초가 곱다랗게 꽃피었다. 구절초 꽃내를 맡으니 비로소 시월 어느 날이란 게 실감난다. 약재로 팔려고 할매가 가꾸는 구절초 밭. 꽃향기를 맡고 벌 나비도 방문이 잦다. 추위가 깊어지면 이들도 꽃들처럼 사라질 지상의 목숨들. 잠시 잠깐의 만남인지라 나는 자주 뒷산 언저리 구절초 밭을 우러른다. 기적처럼 제 때 피어나고 기적처럼 제 때 사라져가는 꽃, 꽃들….
“동정녀 잉태는 세상에 태어난 많은 아기들보다 신기할 것이 조금도 없는 이야기야. 빵과 물고기의 기적은 옥수수 한 알을 심어 수많은 옥수수를 수확하는 일보다 조금도 놀라울 것이 없지.” 오히예사(다코타족 인디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놀라운 기적을 믿고 졸병이 되어 두려워하면서 따르라는 예수님을 나는 알지 못한다. 우리 모두 일상의 갖가지 기적을 맛보며, 감격하고 감사하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기적 같은 만남, 구절초 한 뿌리를 떠서 마당에 옮겨놓고 가까이 꽃을 보기로 했다. 수시로 향기를 맡아야지. 내가 지금 살아있어 이 꽃향기를 맡고, 그대의 고운 머리칼을 쓰다듬을 수 있음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글·그림 |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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