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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코흘리개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34 추천 수 0 2015.10.10 19: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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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이 나 구들더께처럼 드러누워 며칠 앓았다. 고향을 떠나 객지로 옮겨 다니면서부터 몸살이 나기 시작했다. 납작 엎드려 중력의 지배를 받는 행성임을 밝히겠다는 듯 몇날 며칠 물만 마시고서 드러누웠어. 그래도 회복되지 않으면 의사 선생님을 만나야 하고, 그래도 성가시면 날개 달린 천사나 검은 갓을 쓴 저승사자 손을 잡고 요단강을 건너야겠지.

오래전 공동묘지에 가보면 아기 무덤이 거푸 보였다.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엔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아기 무덤을 보면 들꽃이라도 하나 꺾어 묏등에 놓아주고 싶어진다.


우리 겨레의 신화이기도 한 바이칼 신화엔 ‘아바이 게세르’가 등장한다. 게세르의 다른 이름은 누르가이였다. 부리야트 부족의 말인데 코흘리개라는 뜻이다. 어렸을 때는 개똥이 소똥이 이렇게 더럽고 천한 이름을 지어 불러야 악한 영들이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는다고 믿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나 십대가 되면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복된 이름을 찾아 지어주었다. 이는 만주벌판을 거쳐 한반도, 멀리 툰드라까지 이어지는 똑같은 풍습. 얼굴에 주근깨 범벅인 늙은이 만잔(점박이) 구르메(할멈)…. 구르메 할멈은 게세르, 아니 코흘리개 누르가이의 어머니인 나란 고혼의 삼년 묵은 기침병을 고쳐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젖먹이 누르가이가 태어나자 보모 역할도 너끈히 맡아주었다. 코흘리개는 텡그리(하느님)의 맏아들 부르한 바위 위에서 씩씩하게 뛰어놀았다. 마법의 까치가 깃털을 고르는 바이칼 호수 마을, 이맘때쯤부터 추위가 싹트기 시작하여 시월이면 하얀 눈이 꾸덕꾸덕 내리고 얼음도 뼘만큼 얼기 시작했다. 나도 당신도 어려서 개똥이 소똥이 코흘리개로 불리며 어느 동리를 주름잡고 자랐겠지.


물 넘치던 샘, 약손으로 배를 문질러주시던 구르메 할멈, 서먹하니 나무그늘에 앉아 있다가 손을 더듬어 잡은 어린 연인들의 동네. 당신이 나의 잔주름을 어루만져줄 때 나는 벌써 개똥이 소똥이 이름을 버리고 난 뒤였지. 우리는 아름답고 늠름하고 영특한 이름으로 오늘도 살아있음이렷다. 부디 이름값을 하면서 보석처럼 빛나야 해.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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