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이상한 사람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37 추천 수 0 2015.10.10 19:52:05
.........

    l_2014100201000220500013331.jpg
선샤인! 가을볕은 눈이 다 시릴 지경이야. 들소처럼 일하다 발갛게 그을린 농부들. 나도 남국에서 시커먼스가 되어 돌아왔지. 멧돼지가 칡뿌리를 찾듯 밭고랑부터 냉큼 갈아엎었다. 겨울에 배곯지 않으려면 부랴부랴 푸성귀라도 뭘 좀 심어야겠다. 가만히 살지 이상한 짓거리를 한다고 할매들이 또 뭐라시겠다.

김경미 시인의 시집 <밤의 입국 심사>에서처럼, “나만 이상한가?”라고 되묻고 또 의심하는 날들. 나만 이상한 거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 외로운 기분. “나만 이상한가. 당신들은 늘 양말 두 쪽을 가지런히 신고, 단추는 남녀 화장실처럼 왼쪽이나 오른쪽 구별해서 꿰고, 일생에 다섯 명 이상의 친구가 꼭 있어야 하고….” 뻔할 뻔자로 살지 못하는 운명의 시인들.


어쩌다 목사가 되었는지 몰라라. 목사님들이랑 어울리기처럼 어렵고 불편한 일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확신에 가득 찬, ‘댑다’ 큰 목소리. 성공과 번영이라는 코드로 목회를 하는 분들이 대다수다. 장사를 하지 왜 목사를 하는 건지. 시쳇말로 싸가지 없는 진보는 더더욱 상종하기 괴로운 무엇이다. 거리의 투사들 가운데는 벗들에게까지 말과 행동이 거칠어 만나기가 주저되는 이가 있다. 그가 쿨룩쿨룩 기침을 하듯 욕을 해대면, 나는 벌써 눈물이 차오른다.


나는 당신이 염치없는 세상에 염치를 알고, 불편해하며 나대지 않고 숨으려 하는…, 이상한 행동거지가 마음에 든다. 혼자 잘난 체 일장연설을 늘어놓기보다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소중히 여기고, 때론 어색해서 자리를 피하기도 하는 당신. 평범하고 일반적인, 별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 세계, 이 체제를 의심하고 번민하는 이상한 당신. 당신의 그 불편함 때문에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거겠지. 범상치 않은, 다른 생각과 다른 공기를 좋아하는 당신이여. 가죽이 들뜬 신발도 아닌데 발가락에 바람이 숭숭 드나든다. 가을 공기를 까칠한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상한 계절의 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생각들….

임의진 |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70 이현주 빌라도의 후예, 예수의 후예 (마27:24) 이현주 2010-12-21 5414
6669 이현주 화해코자 하거든 (레26:46) 이현주 2010-12-21 4773
6668 이현주 사람의 생각일 뿐 (롬9:14) 이현주 2010-12-21 4992
6667 이현주 속모습 그대로 (고전11:1) 이현주 2010-12-21 6173
6666 이현주 욕심과 짝짓는 대신(약1:15) 이현주 2010-12-21 5060
6665 이현주 명명백맥한 삶 (출27:20-21) 이현주 2010-12-21 4706
6664 이현주 야훼의 구름 (민19:33-34) 이현주 2010-12-21 6499
6663 이현주 괜한 걱정(시102:23-24) 이현주 2010-12-21 5114
6662 이현주 믿음은 믿어지는 것 (눅8:43-48) 이현주 2010-12-21 5983
6661 이현주 친절한 손길 (눅13:10-13) 이현주 2010-12-21 4831
6660 이현주 사람에게로 (렘3:2-3) 이현주 2010-12-21 5872
6659 이현주 천사의 전언 (마1:24) 이현주 2010-12-21 3537
6658 이현주 더 갈 데 없는 생각 (출9:12) 이현주 2010-12-21 3581
6657 이해인 겸손의 향기 이해인 2010-12-11 3810
6656 이해인 겨울엽서 이해인 2010-12-11 3799
6655 이해인 가을이 아름다운 건 이해인 2010-12-11 4082
6654 이해인 가을에 밤(栗)을 받고 이해인 2010-12-11 3771
6653 이해인 가을 편지 -오늘은 가을 숲의 빈 벤치에 앉아 이해인 2010-12-11 1149
6652 이해인 가을 편지 -초록의 바다 위에 이해인 2010-12-11 3705
6651 이해인 가을 저녁 이해인 2010-12-11 3742
6650 이해인 가을 엽서 이해인 2010-12-11 3661
6649 이해인 가을 바람 이해인 2010-12-11 4042
6648 이현주 눈이 가리워져서 (요일2:9-11) 이현주 2010-11-29 3543
6647 이현주 오늘 하루만이라도 (요12:49) 이현주 2010-11-29 3489
6646 이현주 무엇을 보느냐 (시107:23-24) 이현주 2010-11-29 3881
6645 이현주 보수(報酬) 고전9:13-18 [1] 이현주 2010-11-29 3589
6644 이현주 법이 필요 없는 사람 (신23:25) [1] 이현주 2010-11-29 3577
6643 이현주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민36:10) [1] 이현주 2010-11-29 3410
6642 이현주 절망이 곧 희망 (시107:33-34) [1] 이현주 2010-11-29 3653
6641 이현주 피갈회옥(被葛懷玉) 마3:4 [1] 이현주 2010-11-29 3920
6640 이현주 처음 마음(계2:1-5) [1] 이현주 2010-11-29 3598
6639 이현주 천금 같은 오늘 (레14:33-35) [1] 이현주 2010-11-29 3652
6638 이현주 낮과 밤의 조화 (눅21:37-38) 이현주 2010-11-29 1689
6637 임의진 [시골편지] 농기구 창고 file 임의진 2010-11-25 2787
6636 임의진 [시골편지] 옥수수별 file 임의진 2010-11-25 1756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