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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909.
씨앗 속에서 드린 기도
농사일을 체험해 보겠다며 교회 중고등부 학생들
화장실 앞 오동나무 아래
손바닥 만한 공터를 일궈 몇 몇 야채를 심었는데
그 마음 기특해서일까
상추며 가지며 오이와 토마토가 그럴 듯이 자라 오르고
아예 호박은 손을 뻗듯 순을 뻗어 지붕으로 오른다.
후미진 곳 척박한 땅이라 타박하지 않고
날 찾아보라 장난을 치듯 슬쩍 열매를 숨기기도 하면서
서로 어울려 잎과 꽃과 열매를 낸다.
곡식들은 허투루 사는 법이 없다
서투르게 흉내만 내지 않는다.
다가올 겨울 누구 하나 본 적 없으면서도
주어진 시간 한 순간도 헤프게 받지 않는 것은
씨앗 속에서 드린 기도
씨앗보다 단단한 간절함 아닐까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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