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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단상 -하늘은 푸른데

이해인 이해인............... 조회 수 2061 추천 수 0 2004.09.10 19:45:51
.........

이해인230. 통증 단상


하늘은 푸른데
나는 아프다.


꽃은 피는데
나는 시든다.


사람들은 웃는데
나는 울고 있다.


어디에 숨을 수도 없는
이내 들키고야 마는
오늘의 나


내가 아픈 것을
사람들이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아직
살아 있음을 기뻐하라고?


맞는 말인데
너무 아프니까
자꾸 눈을 감게 돼
옆 사람의 도움도 물리치게 돼


누구는 가슴이 아프고
누구는 머리가 아프고
또 누구는 장과 간이 아프고
누구는 뼈가 무너지듯 아프고
아픈 곳이 다르니
통증도 다른데
나중엔 약도 도움이 되질 못하지
그냥 힘들게 바라만 볼 뿐
그 누구도 아픈 이를
도와주질 못하지


이제
몇 사람은 먼저 세상을 떠났으니
얼마나 아팠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네.


그들을 생각하며
나는 또 눈을 감는다, 괴롭게!

ⓒ이해인(수녀)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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