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땅콩만 한 별들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44 추천 수 0 2016.04.21 10:56:52
.........

l_2014121101001613900128131.jpg

누구 땜에 땅콩이 급 땡겨서리 마트에서 찾아봤는데 죄다 중국산. 건너편 호두는 미국산. 그냥 땅콩이 든 과자 한 봉지 골라 운전하면서 먹었지. 아버지는 목사관 딸린 텃밭에다 땅콩 농사도 지으셨다. 배고픈 들쥐는 목사님에게 감사인사를 넙죽. 우리는 쥐가 큰 맘 쓰고 남겨준 땅콩을 몇 알 주워 먹은 게 고작이었어. 그때가 문득 아슴해졌다.


어디 식당들에선 땅콩을 간장에 졸여 주전부리로 내놓기도 하더라. 또는 번데기를 주기도 하는데 난 번데기 알레르기가 있어. 번데기를 먹으면 목이 퉁퉁 붓고 응급실로 직행. 나로선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게 번데기다. 날 미워하는 여자가 번데기를 갈아서 몰래 줄까봐 여자랑은 같이 못살지. 내 친구 녀석 한 놈은 땅콩을 먹으면 온몸이 근질간질. 겨드랑이에 오톨도톨 뭐가 나기도 한대. 세탁소 주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구기자차’를 먹어도 두드러기가 난다던가. 저마다 그런 게 하나씩 있나보더라. 다행히 나는 땅콩은 괜찮다. 땅콩 껍질을 부술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 내 힘으로 부술 수 있는 게 단지 이것뿐이라는 생각에 잠시 슬퍼지기도 해.

 
순록의 뿔을 나뭇가지인 줄 알고 새들이 잘못 앉고, 아가가 자는 토끼굴인 줄 모르고 불콰한 사냥꾼은 구덩이에 오줌을 누고 간다. 변변한 사람대접 한번 못 받고 혀짜래기 말이나 하다가 진탕 술로 쓰러져가는 이웃들. 사지가 잘려나가 바닥을 기는 뱀처럼 서글픈 서민들. 경기는 바닥을 헤매고 민주주의는 곤두박질. 여행자의 비행기도 어이없는 후진. 먼지 맞으며 갓길에 피었던 사루비아를 본 게 꿈만 같은 시절이어라.


신학교 다닐 때 땅콩만큼 작지만 야무진 여자 전도사를 알았다. 달동네 공부방 책임자였던 그 여자의 처소에서 몇이 맥주를 마셨는데, 맥주병이 찰 만큼 하도 눈물을 쏟는 통에 안주로 내온 땅콩을 씹어 먹기도 뭐하여 혼자 밖으로 나왔지. 마침 하늘에 땅콩만 한 별들이 가득 보였어. 서울에도 별은 뜨는가? 달동네엔 그래도 성탄을 대망하는 별들이 수수수 떴다.
ⓒ 임의진 | 목사·시인 2014.12.1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40 이현주 착각하지 마라 이현주 2016-05-30 108
9539 이현주 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 이현주 2016-05-30 98
9538 이현주 차라리 모두 잃어라 이현주 2016-05-30 93
9537 이현주 나는 지금 꿈속에서 이현주 2016-05-20 162
9536 이현주 아담의 순례 이현주 2016-05-20 125
9535 이현주 사람은 하늘을 이현주 2016-05-20 138
9534 이현주 모든 가짜들이 이현주 2016-05-20 129
9533 이현주 주님은 사람을 곱하기로 만나서 이현주 2016-05-20 133
9532 이현주 네가 나로 너를 사랑할 때 이현주 2016-05-20 221
9531 이현주 기억하라 이현주 2016-05-20 103
9530 이현주 한 길 가는 일행이었다 이현주 2016-05-20 94
9529 이현주 사랑 안에서 실종되어라 이현주 2016-05-12 140
9528 이현주 사랑은 무엇이 아니다 이현주 2016-05-12 155
9527 이현주 들꽃과 햇빛 이현주 2016-05-12 134
9526 이현주 아이와 늙은이 이현주 2016-05-12 129
9525 이현주 아버지와 아들 이현주 2016-05-12 119
9524 이현주 짧게 이현주 2016-05-12 108
9523 이현주 비밀 [1] 이현주 2016-05-05 166
9522 이현주 수레와 바퀴 이현주 2016-05-05 373
9521 이현주 당신과 우리 사이를 이현주 2016-05-05 139
9520 이현주 침묵 이현주 2016-05-05 144
9519 이현주 질문 이현주 2016-05-05 107
9518 이현주 화내지 않는 사람 이현주 2016-05-05 143
9517 이현주 사랑하지 않겠다 이현주 2016-04-28 159
9516 이현주 풍랑 이는 바다 이현주 2016-04-28 164
9515 이현주 빛은 모든 사물에 이현주 2016-04-28 143
9514 이현주 빛은 이현주 2016-04-28 116
9513 이현주 강물 이현주 2016-04-28 113
9512 임의진 [시골편지] 삼시 세끼 file 임의진 2016-04-25 152
9511 임의진 [시골편지] 꿩이 꿩꿩 우는 날 file 임의진 2016-04-25 243
9510 임의진 [시골편지] 강철 새잎 file 임의진 2016-04-25 149
9509 임의진 [시골편지] 군산 노을 file 임의진 2016-04-25 333
9508 임의진 [시골편지] 옹가, 긍가, 강가 file 임의진 2016-04-25 206
9507 임의진 [시골편지] 바라나시 file 임의진 2016-04-25 132
9506 임의진 [시골편지] 마을 위를 날아서 file 임의진 2016-04-25 18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