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꿩이 꿩꿩 우는 날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43 추천 수 0 2016.04.25 23:58:16
.........

l_2015010801000853800069551.jpg


산의 앞면은 솔숲으로 짙푸른데 뒷면은 차갑고 새하얀 눈이 층층이 쌓여 있다. 보일러가 얼어 터질까봐 열선을 사와 친친 감고 헌 이불로 덮고 나서야 맘이 놓인다. 시골에 살면 철물점을 화장실 다음으로 자주 가게 되어 있다. 내가 철물점에 퍼다 나른 돈을 모두 모았더라면 서울에다 빌딩 한 채 샀을 거야, 투덜거려보기도 한다. 며칠 전부터 지붕 물받이 홈통에 구멍이 생겨 눈 녹은 물이 뚝뚝. 신발이 젖고 그래서 방금 전에도 철물점에 다녀왔다. 철물점 아줌마는 나를 아마 공사장 인부쯤으로 아실 거야. 거의 혼자 집을 십년도 넘게 또닥거리며 짓고 또 손보면서 사니깐. 철물점이나 어디 면소재지 일 보러 갈 때와 산길로 산보 나갈 때가 다른가? 본척만척하다가 산에 갈 것을 어찌 알고 개가 꼬리를 치며 반긴다.


이깟 추위쯤이야 좋아하는 시커먼 차우차우 마오쩌순은 집에서 나와 풍욕을 즐기며 활보 중이다. 북방이 고향인 개라서 제 세상 만난 것이다. 멧돼지 무서워 개를 끌고, 아니 개님을 모시고 산길을 걷곤 하는데, 나만 드나드는 비밀스러운 숲길엔 꿩들이 보인다. 꾸엉꾸엉 울기도 하다가 두두두두 활강하기도. 개인지 곰인지 뚱뚱보 우리 쩌순이는 못 잡을 줄 알고 아예 데면데면. 코를 바닥에 붙이고 다니면서 두더지 굴이나 뒤진다. 나는 꿩의 깃털이 하나라도 떨어진 걸 발견하면 볼펜에 묶어설랑 깃털 펜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삐뚤빼뚤하던 글씨가 꿩처럼 한 방향으로 정렬, 글맛은 꿩이 꿩꿩 우는 듯 구성지고. 꿩요리, 꿩고기로 쑨 떡국이나 생각하며 사는 놈 아니야, 나. 흐~.


누가 알려줬다. 민물 쏘가리를 옛사람들은 ‘늘물처럼’이라 불렀대. 늘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민물고기. 황홀할 지경 아닌가? 꿩도 그래. 꿩도 참 예쁜 이름을 가졌어.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 산중에서 개는 멍멍, 꿩은 꿩꿩, 얼음은 쩡쩡…. 울림마다 황홀하여라. 사람도 하고 싶은 소리를 자유롭게 뱉으며 살 수 있어야 하는 건데…. 꿩은 늘숲처럼, 당신은 처음처럼 소주 병나발, 나는 늘 그날처럼 새해 첫 주, 어젠 미역국 없이 또 생일.


임의진 | 시인·목사 2015.1.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9565 이해인 이별 노래 이해인 2003-11-12 1150
9564 이해인 꿈길에서 1 이해인 2003-11-12 1136
9563 이해인 꿈길에서 2 이해인 2003-11-12 1276
9562 이해인 보고 싶다는 말 이해인 2003-11-12 1389
9561 이해인 왜 그럴까, 우리는 이해인 2003-11-12 1186
9560 김남준 강한 그리스도인 김남준 2003-11-12 1022
9559 김남준 기도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 김남준 2003-11-12 1371
9558 김남준 하나님의 역사에 참여함 김남준 2003-11-12 1072
9557 김남준 두려움과 오만함 김남준 2003-11-12 1037
9556 김남준 기도할 필요가 없습니다 김남준 2003-11-12 1047
9555 김남준 사실상 불순종 김남준 2003-11-12 1079
9554 김남준 죄를 버리라 김남준 2003-11-12 1139
9553 김남준 반짝이는 모든 것이 금이 아니듯 김남준 2003-11-12 1203
9552 김남준 불순종으로부터 돌이킴 김남준 2003-11-19 1102
9551 김남준 최고의 가치는 "하나님의 뜻" 김남준 2003-11-19 1205
9550 김남준 하나님의 마음 김남준 2003-11-19 1003
9549 김남준 주님이 기뻐하십니까? 김남준 2003-11-19 1124
9548 김남준 주님이 기뻐하십니까? 2 김남준 2003-11-19 1044
9547 김남준 간절히 기도하고 싶어요 김남준 2003-11-19 1265
9546 이해인 전화를 걸 때면 이해인 2003-11-19 1087
9545 이해인 편지쓰기 -내 일생 동안 이해인 2003-11-19 1114
9544 이해인 쌀 노래 이해인 2003-11-19 1172
9543 이해인 떠난 벗에게 이해인 2003-11-19 1294
9542 이해인 슬픈날의 일기2 이해인 2003-11-19 1262
9541 이해인 슬픈 날의 일기1 이해인 2003-11-19 1270
9540 이해인 나눔에 대한 묵상 기도 이해인 2003-11-19 1266
9539 김남준 전 존재적인 기도 김남준 2003-11-25 969
9538 김남준 기도를 이루는 도구로 김남준 2003-11-25 1390
9537 김남준 기도 응답의 새 조건 김남준 2003-11-25 1106
9536 김남준 하나님께 고정된 마음 [1] 김남준 2003-11-25 1130
9535 이해인 사랑 -우정이라 하기에는 너무 오래고 이해인 2003-11-25 1271
9534 이해인 감자의 맛 이해인 2003-11-25 1164
9533 이해인 고독에게2 이해인 2003-11-25 1286
9532 이해인 벗에게 1 이해인 2003-12-02 1221
9531 이해인 벗에게 2 이해인 2003-12-02 1059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