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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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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빈틈으로 들개들이 드나드는 통에 쥐똥나무 묘목뭉치를 사다 심었어. 심자마자 비가 달게 내려주어 물 긷는 수고도 덜어주고. 울타리에 사나운 가시철조망은 삼팔선으로 끝내야지. 나무들이 잘되는 집이란 소문도 났더라. 보면 아랫동네 신축가옥마다 정원을 꾸밀 줄 몰라. 과시욕으로 심은 뒤틀린 나무는 울렁증이 나고. 아니면 건물만 뎅그러니 휑~. 반려 동물이 있듯 반려 식물도 있다. 잘 자란 정원수 그늘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그대가 알까. 나무는 집 밖에만 있는 게 아니지. 책은 또한 나무의 후생이겠다.
별채를 도서관으로 꾸며 살고 있다. 이 또한 정원 숲의 연장. 한겨레 최재봉 형이 언젠가 선술집에서 기사를 묶은 책을 한 권 주셨는데, 매일 아침 진부도서관에 출근하는 김도연 소설가 사연이 재미있었다. 도서관에 자리를 깔고 글을 쓰는 소설가. 나는 시립도서관도 멀고 장서가라 할 만한 편집증도 있어 아예 개인용 도서관을 차렸다.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을 보면 압도적 장서량의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가 거론되는데, 무려 13만권. 이혼으로 집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몇 권이 있었는지 알 수도 없었단다. 이노우에의 다다미방은 책 무게를 견디지 못해 바닥이 결국 꺼지고 말았다지. 다행히 내 도서관은 목조건물이 아닌 콘크리트. 이걸 다행이라 말할 수준에 나도 다다랐다. 지인들과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책까지 겹치면서 책꽂이는 진작 동났다. 목수를 불러다가 책꽂이를 더 짜야 할 형편이다.
최근 들어온 책은 강원도 사시는 고진하 형의 신간. 선배 목사이기도 하고 영성이 깊고 상쾌한 어른이라서 항상 흠모하는 분. <시 읽어주는 예수>라는 제목의 이 책엔 성자의 낮은 음성은 물론이거니와 전생에 나무로 살았던 날의 기억이었을 산새소리와 냉이 그리고 봄쑥 냄새까지 난다. 시 읽어주는 시인, 시 읽어주는 목사는 참말 근사하여라. 돈 벌고 병 낫는 기적이나 씨불이는 세계에서 이런 영적 존재야말로 축복이 아니겠는가. 마룻바닥이 온갖 양서들로 무너진대도 무슨 원망의 토를 달랴.
임의진 | 목사·시인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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