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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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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겅질겅 껌을 씹다 뱉으면 뱉어맨. 나는 그러니까 뱉어맨! 검은 망토를 걸치고서 밤길을 지켜주는 배트맨 아저씨는 어디 계신가. 캄캄한데 짱박혀설랑 밤시간을 기다리는 진짜 배트맨 박쥐. 기와지붕 더께 속에 박쥐들이 몇 쌍 살고 있어. 노을이 질 때쯤 뭔가 후다닥 날아가는 걸 봤는데 그건 박쥐였어. 집박쥐들은 기와지붕이나 창고 그늘진 곳에 구멍을 내서 살기도 해.
더듬거리며 어둠 속을 나는 배트맨. 옛사람들이 풀잎과 나무껍질에다 글을 새기듯 박쥐는 달빛에다가 선명하게 엠자와 더블유자를 남겨놓곤 하지. 남자와 여자. 인류의 영원한 화두. 배트맨과 배트걸도 엠자와 더블유자를 그리며 심야 데이트 중. 심야택시 미터기보다도 높이 공중에 올라간 박쥐들은 경찰차 사이렌소리 요란한 고담시를 순찰 중이시겠지.
중풍 고혈압을 앓는 할매는 고욤나무 아래서 꽃을 반긴다. 고욤 열매가 병에 특효라는 걸 할매는 기억하고 있어.
나는 박쥐를 보고서 대번 바나나를 생각했다. 복숭아 아보카도 망고와 바나나 열매를 맺게 해주는 박쥐. 콧구멍을 벌룽거리며 날아다니다가 꽃향기에 끌려 얼굴을 들이밀면 그날로 나무들은 아기를 갖지. 남국의 중매쟁이 박쥐. 벌만큼 작은 그 박쥐는 바나나의 중매쟁이라지.
우리나라 박쥐들은 별로 하는 일 없이 은둔처사. 물구나무 요가 자세로 동굴 속 어둠을 빌려 살아가는 스승 요가난다. 모르지. 우리 잠들면 고담시의 수호신 배트맨으로 변신하여 깜짝쇼를 하는지도.
배트맨 박쥐와 같은 동네에, 게다가 한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아무도 내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 이 나라에서 배트맨이랑 동거하니 요게 얼마야. “가난한 사람들의 모든 기억은 마을들에 떼지어 몰려있을까?” 네루다가 쓴 <질문의 책>. 배트맨은 알고 있으리라. 박쥐는…. 밤마다 성 같은 대저택을 버리고 마을로 찾아오는 그 친구는.
임의진 목사 시인 201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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