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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밥 말리와 레게 파마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05 추천 수 0 2016.06.21 12: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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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사람들은 도대체가 밥을 안 먹는다. 그러니까 밥심이 있을 수가 없지. 검은 물 커피와 설탕 바른 빵조각으로 어떻게 연명들을 하는지 원. 빼빼 마르고 야윈 여성이 절세 미인이란다.

저른 궁둥이로 애를 어뜨케 낳겄소잉, 할매들은 며늘아기들을 보고 혀를 찰 따름. 이런 세태를 꾸짖기 위함이라도 나는 밥 말리, 밥 딜런, 밥으로 한번 나가보는 것이다.

레게의 전설 밥 말리의 온 러브. 나도 말리처럼 레게 파마를 하고 머리를 흔들어대며 온 러브에 맞춰 춤을 추고 싶어라. 예전에 전주 모악산 살던 형이랑 같이 머리를 새하얗게 염색한 적이 있었는데, 독주를 즐기는 통에 늙어죽지는 못할 것 같아 그런 객기를 부려보았던 게지.

그런데 지금은 염색을 하지 않아도 수염과 머리가 벌써 자작나무 껍질만큼 하얘. 레게 파마를 하자니 머리숱도 별로 없어. 대머리 총각이 아닌 것만 해도 불행 중 다행.

동네 할망구들은 레게 파마만큼 촘촘한 파마를 하고 댕기신다. 파마 값을 아끼고자 함이리라. 보글보글 파마를 하고 도라지 밭에 앉아 풀을 매고 계시는 뒷밭 할매는 뵐 때마다 인사말이 한결같다.

“밥은 해자시오?” 먹고는 사냐는 말씀 나는 밥 말리만 들어도 배가 둥시럿. 말리처럼 흥겹게 축구공을 차면서 노래하고, 레게 파마를 찰랑거리는 목사. 이 아니 멋질손가. 저 단정한 차림의 근엄한 양복쟁이들은 돈을 세고 셈을 할 때나 날렵하고 얍삽하지.

배신이란 말이 유행인가 보다. 배신 배반. 밥의 배신인 이 빵의 남쪽나라에서 밥 한 술 뜨고 파마를 매만지며 사장나무 그늘을 찾아 손부채를 부치는 주민들. 표를 구걸할 때와는 딴판으로 배신 배반을 당한 어르신들은 고등어 한 마리도 못 드신 표정들. 그나마 밥심으로 간신히 목숨만 유지. 알량하게 밥심으로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외지인이 한 명이라도 그 앞을 지나가면 정자에 있던 모든 주민들의 눈알이 슝슝. 꽁무니가 사라질 때까지 쳐다본다. 사람이 그립고 축제가 그리운 것이다. 꽹과리나 한판 쳐드릴까.

임의진 목사 시인 20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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