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원추리에 원추리꽃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77 추천 수 0 2016.08.07 09:49:35
.........

l_2015091001001482600130471.jpg

지금은 꺾이고 없는 ‘굴렁쇠’라는 어린이 신문에 글을 몇 해 연재한 일이 있었다. 골리앗 소년땡땡일보를 향해 던진 다윗의 물맷돌 같은 신문이었지. 필진 가운데 이오덕 선생님이 계셨는데, 글을 쓸 때마다 선생님이 지적하실까봐 내심 걱정이 컸다. 다행히 핀잔보다는 칭찬을 주셨어. 그래도 같은 지면에 오를 때마다 말법이 문제가 있지는 않나, 일본말법으로 쓴 건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고는 그랬다. 눈치를 보자는 게 아니라 어른 앞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 주의하고 흠모하며 따르는 마음이 어른을 극진히 모시는 태도일 테니까.
동네 길, 어르신들을 마주치면 안부 인사라도 꺼내며 고개를 넙죽 숙인다. 이 땅을 오래 지켜주어 감사한 마음. 여기 살게 된 지도 십년이 넘었으니 원주민 비스무리. 그래도 아직은 당당 멀었어. 명절이 다가오니 울력을 했었나 마을 길 주변이 산뜻해졌더라. 나 없을 때 몇 분이서 예초기를 돌린 모양. 알지도 못했고 거들지 못해 죄송하여 일찍 일어나 미비한 곳들을 찾아 풀을 깎았다. 차 한 대나 간신히 지나가는 비좁은 마을 길. 둘둘이 아니라 셋셋 치킨도 배달을 오지 않는 길. 짜장면 한 그릇 배달되는 마을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라.
이젠 완연한 가을인데 여름꽃 원추리가 뒤늦게 피었더군. 슬로시티에 걸맞은 느림보인가. 풀을 깎다 말고 한참 꽃구경을 했다. 이태리, 헝가리, 시칠리, 빠아리만 있는 게 아니지. 꽃과 사람이 함께 사는 원추리. 땅을 지켜온 어른들이 계시는 마을. 내가 이장이라면 원추리꽃이 남도에서 젤 예쁘게 피는 길을 가꾸고 싶어. 언제부턴가 누가 산골짜기에 찾아와 색소폰을 몇 시간씩 연습하고 간다. 그것도 교회 찬송가로다가. 산새들도 나도 고막이 터질 지경.

최근에 이사 온 집에선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여 문 열어놓고 고성방가. 이런 무례한 배짱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길은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이다. 흑두건을 쓴 자전거족들은 라디오를 크게 틀고서 내리막길을 광속질주. 하늘도 어른들도 두려워 않는 저 마음들이 모여 나라를 이루고 사는 걸까.

애고 마음병 생길라. 원추리꽃이나 한 번 더 보자.

임의진|목사·시인2015.9.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9680 김남준 하나님의 방법 김남준 2009-04-24 3828
9679 이현주 맑은 마음 이현주 2008-05-09 3828
9678 한희철 술 익자 체장수 지나간다 한희철 2011-01-20 3827
9677 김남준 기도의 실천 김남준 2010-08-29 3827
9676 이현주 먹는 음식 이현주 2010-01-17 3826
9675 이현주 장작과 불 이현주 2009-02-10 3826
9674 이현주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 이현주 2008-09-23 3826
9673 이현주 생각도 생명이다 이현주 2008-06-14 3825
9672 김남준 지성과 영혼의 관계 김남준 2007-07-28 3825
9671 한희철 소는 몰아야 가고 말은 끌어야 간다 한희철 2010-04-05 3824
9670 임의진 [시골편지] 여인들의 사랑 file 임의진 2007-06-15 3824
9669 김남준 뜻을 세우는 사람 김남준 2010-08-15 3823
9668 이현주 길은 순서(order)다. 이현주 2009-03-20 3823
9667 이해인 엄마, 저는요 이해인 2006-08-04 3823
9666 이현주 굳게 다물어진 입 이현주 2009-01-08 3822
9665 이해인 재의 수요일 아침에 이해인 2007-01-19 3822
9664 한희철 거지가 빨래하면 눈이 온다 한희철 2009-12-23 3821
9663 김남준 주님의 애통을 아십니까? 김남준 2009-07-27 3821
9662 이현주 이유가 없다 이현주 2008-06-14 3821
9661 이현주 일하면서 쉰다 이현주 2008-06-14 3820
9660 이현주 사람 이야기 곧 하나님 이야기 이현주 2007-09-18 3820
9659 이해인 지혜이신 예수님께 이해인 2009-02-15 3819
9658 임의진 [시골편지]식혜 file 임의진 2007-11-14 3819
9657 이현주 나는 잡으려고 달려가지 않겠다 이현주 2009-11-05 3818
9656 이현주 말하는 사람 예수 이현주 2007-08-20 3818
9655 이해인 11월에 이해인 2010-11-19 3817
9654 이현주 먼저 보아야 할 것은 이현주 2009-02-27 3817
9653 이현주 부녀 곡예사 이현주 2008-09-23 3817
9652 이해인 연필을 깎으며 이해인 2006-11-02 3817
9651 이현주 눈이 아니라 배로 살기 이현주 2010-03-01 3816
9650 김남준 광야에서 경험한 하나님 말씀 김남준 2009-05-31 3816
9649 김남준 진리와 지혜 김남준 2008-12-27 3816
9648 이해인 마음으로 참아 내기 이해인 2007-04-03 3816
9647 임의진 [시골편지] 종이배 file 임의진 2007-02-09 3816
9646 김남준 사랑이 있어야 질투도 합니다. 김남준 2010-08-15 3814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