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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 중복

이해인 이해인............... 조회 수 4031 추천 수 0 2007.12.30 23: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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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677


침묵의 말씀이신 당신 앞에


가장 완전한 사랑의 시로
세상에 태어나신 작은 예수님
당신을 맞는 이들의 가슴 속에선
일제히 기쁨의 종이 울리고
이 종소리가 곳곳에 퍼져나가
인류는 오늘
한가족, 한형제로 마주 보며 웃습니다
당신이 태어나신 세상은
온통 설레임으로 축제입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을 그리는 마음이 간절하듯이
우리의 삶의 어둠 속에서
빛이신 당신을 그리워했습니다
불의와 폭력과 분열이 난무하는
세상의 어둠
미움과 욕심이 불신을 떨쳐 내지 못한
미움과 어둠 사이를
수없이 방황하며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예수님
어둠을 빛으로 바꾸러 오신 예수님
우리는 본디 가난하고 무력하고 고독하지만
당신은 스스로 선택하여
가난하고, 무력하고, 고독한 아기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시길 서슴지 않으셨으니


감사하다고 성급히 말해 버리기엔
행복하다고 가볍게 말해 버리기엔
부끄럽고 송구하여 숨고만 싶어지는
우리 마음의 기도는
기쁨 이전에 준비된
참회의 눈물인 것을 당신은 아십니다


오늘은 겸손 자체이신 당신을 안고
어린이의 겸손을 배웁니다
가장 단순하고 거짓 없는 그 눈빛을 바라보며
우리는 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


사랑으로 먼 길을 오신 당신과 함께
우리의 눈이 사랑으로 열리어
오직 당신만을 보게 하소서
우리의 귀가 사랑으로 열리어
오직 당신만을 듣게 하소서
우리의 입이 사랑으로 열리어
오직 당신만을 찬미하게 하소서


아기이신 당신과 함께 갓 태어난
희망의 새 얼굴에도 입맞춤하며
우리는 또 먼 길을 가야 합니다
아침을 낳기 위한 밤의 어둠
희망을 낳기 위한 절망의 고통 속에
오늘도 울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우리는 당신을 안고 가야 합니다


세상 모두가 당신을 영접하는
‘베들레헴’이 될 때까지
사람들 모두가 별의 인도를 따라
별이신 당신을 경배하며
하늘의 큰 뜻을 이룰 때까지
우리는 당신을 품에 안은
기다림이어야 합니다


가장 완전한 말씀의 시로
우리 가운데 오신 작은 예수님
영원한 복음이여, 찬미받으소서
우리가 당신 안에 하나 되는 기쁨을
흩어지는 말로써가 아니라
겸허하게 익어 가는 사랑의 삶으로써
온 세상에 소리치게 하소서


이 땅에 오신 구세주 예수님
우리 마음 안에 오신 예수님
침묵의 말씀이신 당신 앞에
더 이상 무슨 말씀 아뢰오리까


조용히 타오르는 마음으로
당신만을 선택할 뿐이오니
이것이 우리가 오늘
당신께 봉헌하는 첫 예물입니다


ⓒ이해인(수녀) <시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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