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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야생의 인간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9 추천 수 0 2017.11.16 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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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로는 네돈으로도 빚갚으리오, 자기나라에서는 네오나르도 디카프리오(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빚쟁이처럼 생겨먹었으나 소름이 돋을 만큼 연기파 배우. 갈색 수염에 긴 머리칼, 목성만큼 큼지막한 별의 눈. 휘파람을 불며 나타나곤 하는 야생의 사나이. 인디언과 불곰과 은빛나무숲을 배경으로 찍은, 그가 주인공인 신작 영화 한 편 구경했다. 야생 속에서 거니는 거친 삶의 장면들이 아름다웠다.

어제부터 바람이 차더니 밤사이 결국 흰눈이 쌓였다. 얼어 죽지 않으려면 장작불을 모아야 해. 작년에 참나무 장작을 넉넉히 준비해 두었더니 마음조차 넉넉해라. 아침나절 눈뜨자부터 불을 때기 시작하여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난로에 신경을 쓴다. 고구마도 두어 개 구워 먹고 은행알도 스무개쯤 먹었을 것이다. 장날에 은행을 턴 강도 할망구에게 산 은행알 두어 되. 먹을 때마다 할리우드 갱이 된 기분이 든다.

엊그제는 내 흙집을 경유하여 우리 동네 놀러 오신 화가 박불똥 샘이랑 벗님들이랑 모여서들 모닥불 아래 박수치며 놀았다. 모닥불 안에 불똥들이 보여 같이들 웃고. 동네 형님이 공사장 폐목을 뜯어 장만한 조그만 나무광을 우리 도적떼가 그 밤 다 털어버렸을 것이다. 즐거웠으나 죄송한 일. 시골 사람들은 방에 모였다하면 천천히 밖으로 하나둘 새어나간다. 시골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건조하고 답답한 방구석을 힘들어한다. 밖에 맹물이라도 끓일 가마솥 하나 올리고 모닥불을 지피면 두런두런 모여서들 방 안에서 못다한 얘기를 나누게 된다. 불 앞에 서면 대개들 진실해지고 진솔해지는 법.

게리 스나이더의 <야생의 실천>을 읽고 있다. 끄트머리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라는 멸망해도 산과 강은 살아남는다. 그러나 지금은 산과 강은 없어져도 나라는 살아남는다.” 서글픈 현실이다. 자연을 파괴해가면서 야생의 삶을 벗어던진 현대인들의 최후는 회색 빌딩숲과 거짓된 녹지공원, 궁색한 놀이동산뿐이다. 마음의 히말라야를 버리고 마천루나 짓다보면 인간은 연민이나 예의, 자연에 대한 동경과 야생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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