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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팽나무와 바둑이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11 추천 수 0 2017.12.16 08: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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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 <법구경>엔 이런 구절이 있다. “혼자 앉고 혼자 눕고 혼자 걷고 부지런하여 혼자 자신을 잘 다스린 사람은 복이 있다. 숲에서 행복하리라.”

짝 잃은 외기러기 할매들 숲으로 운동 갈 시간. 숲이 어서 오라 부른다. 봄바람 다스워져 옷차림도 얇아라.

“나보다 일찍 죽어요. 조금만 일찍. 당신이 집으로 오는 길을 혼자 와야 하지 않도록.” 베를린에 사는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다. 먼저 죽은 아저씨는 혼자 사는 외로움을 정녕 모르리라. 내 기도에 감사하시오, 하면서 외기러기 여인들이 혼자 앉고 혼자 눕고 혼자 걷기를 반복한다. 하늘이 부르실 때까지 그리 살 것이다.

처지가 비슷한 동무들 어울려 팽나무가 위풍당당 서있는 숲으로 운동을 매일 나간다. 동네엔 팽나무가 여러 그루. 나란히 같이 있는 건 아니고 저들도 각자도생. 영혼이 맑은 사람들, 그리고 바둑돌처럼 희고 검은 점박이개 바둑이가 동무하면 숲은 반가워서 잎사귀들을 크게 흔든다. 개가 꼬리 치듯 나무도 잎을 흔들어 반기는 것. 팽나무와 아마 사촌지간일 쇼팽은 폴로네즈를 연주하고, 나뭇가지들은 허공에 대고 정성스럽게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바둑이는 게을러서 끝까지 걷진 않아. 팽나무 아래 전세 내고 누워 할매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바둑이가 배를 깔고 누우면 바둑판이 좍 펼쳐지고 청군 백군 나누어진 하늘이 등때기에 대고 바둑을 둔다. 누가 이기건 말건 관심없는 게임.

“째깐 있다가 올팅게 기둘리고 있어라이.” “멍멍” 대답도 간단. 기분 나쁘면 으릉으릉, 뼈다귀라도 보이면 으헤헤헤. 대답은 장기판도 아닌데 멍군이 어쩌고 멍멍. 너는 바둑이란 말야. 바둑돌 닮은 바둑이. 팽나무 아래 있으니 마치 신선이 키우는 개 같다. 맹그롬하니 뭘 쳐다본다냐, 가지 끝 따따부따 시끄러운 멧새 가족이 부러웠던가. 바둑이도 금방 자기 배로 낳은 강아지들 몰고 이 동네를 휘젓고 다닐 것이다. 나만 아는 비밀. 송어회관 앞길에서 낯선 발발이 동족이랑 흘레붙덩만. 연애사업으로 바쁘신 몸이 팽나무 아래 간만에 쉬시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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