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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봄보로 봄봄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83 추천 수 0 2017.12.16 08: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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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령이 유행이라지. 신박 친박 원박 종박 비박 멀박 겉박 가박 짤박 홀박 죽박 절박에 탈박과 쪽박.

나는 어쩌다가 호박인가. 남다른 호박 사랑. 낮에 애호박찌개 끓여 먹고 든 생각. 올핸 새까만 토종 흑호박을 심어보고 싶은데 호박씨를 어디서 구하나. 호박씨 까는 인간들은 많으나 호박씨를 지키고 싸매놓은 인간은 드물 테니까.

작년엔 산밭 한쪽을 묵정지로 버려두었다. 한 해는 쉬어주어야 지력 땅심이 생기지. 화학비료 농약 없이 생태뒷간에 남은 퇴비로만 밭을 일구는데, 갈수록 손님이 귀찮아 초대들을 안 했더니 똥거름 양이 해마다 줄고 있다. 그렇다고 한 뙈기 밭 건사할 무엇이 없겠는가.

담양장은 그림 같은 오일장. 천연기념물 관방제림 아래 펼쳐지는 오일장. 영산강 실개천이 흐르고, 거기 할멈 영감 손잡고 모이면 바삐 흘러가던 구름도 잠시 쉬었다간다.

날 풀려 첫 장나들이. 팔려나온 순둥이 강아지들과 햇병아리 보길 즐겨해 맨 먼저 그쪽으로 잰걸음. 그러다 모종도 좀 사고 국숫집에서 달걀에 멸치국수 한 그릇, 막걸리도 한 순배 걸치고 나오면 인생이 다 흐뭇해져. 이번 장엔 잘생긴 딸기 모종, 배추 상추 우엉도 한 판 구했다.

봄보로 봄봄, 하며 돌아서려는데 신이 된 사람, 부활한 예수가 거기 떡 서있었다. 그러고 보니 곧 부활절. “임씨. 얼굴이 피셨성. 봄이라 그러싱가?” “히히. 국수 한 그릇 묵어선갑네요. 묵고 자팠거덩요.” “묵고 싶은 것도 거 많으셔. 나는 물고기 두 마리 보리떡 다섯 개 먹고도 배가 출출하넹. 동네 들어가서 삼겹살에 한잔 워떠신가?” 요거 모종도 심어야 하고 맘이 급한데, 대번 콜~해버렸다.

언젠가 요가 공부할 때 ‘브라마비댜(Brahmavidya)’란 말을 배워 공책에 적어두었지. ‘신을 보는 능력’이라는 뜻. 학위도 돈도 아닌 신비한 능력으로 날마다 신을 본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 날마다 신을 만나 신이 되는 봄. 봄보로 봄봄!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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