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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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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본 극장 포스터. 배트맨하고 슈퍼맨은 왜 싸우나. 이젠 하다하다 별놈의 것들까지 다 싸우고 별꼴이야 정말. 싸우지들 말고 벚꽃 구경이나 가시지. 벚꽃은 또 피자마자 엔딩이로군. 꽃세상도 잠깐이라 재미가 없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불구경. 뒤끝 작렬 뒤통수 때리기, 사과 안 받아주기, 눈곱만큼도 용서가 없이 매정하고 단호하기, 연대 같은 거 단일화 같은 거 절대로 안 하기. 징그러운 싸움구경. 구경은 뭐니뭐니해도 불구경, 싸움구경인가.
맹물보다 심심하다는 눈구경을 하러 갔던 날이 있었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칸디나비아의 협곡들. 쌍방울이 얼어 잘 걷지도 못해. 내가 음반에 쓴 소개 글로 국내 배급 중인 ‘KKV’라는 노르웨이 음반사가 있다. 수사네 룬뎅이랄지 시그바르트 닥슬란과 같은 음악인들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들으면서 오프로드. 깊은 침엽의 숲에 들어가면 자작나무로 물을 데우는 사우나 시설들이 기다린다. 외딴 시골일수록 전통이 남아있어 집집마다 사우나 전용 사랑채가 한 채씩. 난 공중목욕탕 가기를 어려서부터 싫어했다. 엄마가 여탕에 끌고 간 것도 아닌데, 그래서 1학년 1반 여선생님을 만난 것도 아닌데.(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진짜 옛날엔 이런 일이….)
이곳 담양에도 온천이 있으나 절대로 안 가. 땀이 없는 체질이라 구린 냄새도 없고 불치병 무좀도 없다. 목욕은 집에서…. 집이 흙벽돌로 쌓은 집이고 난로에 불 지펴 물을 데우는데 따로 온천을 찾을 까닭이 없지. 욕조도 큼지막하게 하나 있고. 요샌 떨어진 동백꽃을 주워 둥둥 띄우면서 럭셔리 단독 목욕.
장작으로 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으면 피로가 싸악 가신다. 증기목욕이 가능하도록 한두 평짜리 꼬맹이 사우나실을 만들까도 구상했었는데 목욕 한번 하겠다고 너무 호들갑인가 싶어 접은 게 수년 전. 포기해놓고선 두고두고 후회를 한다. 울타리에 자작나무를 심어 목욕물을 데운 뒤 싸움에 찌든 영혼, 아직도 싸우나, 그만들 싸우시지, 가시 돋은 마음들 내려놓으며 사우나를 즐기십시다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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