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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봉하막걸리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53 추천 수 0 2017.12.27 23: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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홰바람이라지. 태풍도 아닌데 홰홰 불어대는 바람. 가지가 꺾이고 이팝나무는 쌀밥 같은 꽃잎을 떨구는 바람에 길이 왼통 꽃밥 꽃길. 경남 함안에 일이 있어 갔다가 봉하마을이 가깝대서 건너갔다. 연세대서 신학을 공부했던 대배우 명계남 선배가 마중 나와 반겨주셨다.

귀향한 대통령이 막걸리 소주 마시던 테마국밥집. 파전에 봉하막걸리 딱 한잔씩만 하자던 게 낮술 스타트. 봉하막걸리는 봉하에서 농사한 유기농 쌀과 내가 살고 있는 담양의 물을 합해 만든다. 봉하쌀이 물맛 좋은 전남 담양으로 와서 막걸리로 익으면 다시 경남 봉하로 배달. 담양막걸리와 봉하막걸리는 그렇게 형제지간. 세상에 봉하막걸리를 담양 삼다리 주조장에 가면 살 수도 있다. 이건 비밀인뎅~.
까끔집(산집)에 며칠간 물이 안 나왔다. 준재난지역. 다른 마을과 달리 지하수 관정을 파서 골고루 나눠 쓰는데 그게 단단히 고장. 목욕도 못하고 빨래도 못해. 삼사일 소방차가 와서 물을 나눠줬다. 산을 전라도에선 까끔이라 부른다. 산에 살면 까끔살이. 아이들 소꿉놀이는 빠끔살이. 까끔이나 빠끔이나. 떠돌다 와보니 드디어 물이 나오는구나. 없는 동안 고쳤나봐. 야구도 축구도 내가 안 봐야 이겨. 내가 만지면 고칠 것도 더 고장이 나더라. 콸콸 맑은 골짝물에 벌건 얼굴을 씻고, 봉하막걸리 한 병 더 콜.
다시 까끔에서 빠금살이. 야밤엔 집게벌레가 벌써 바삐 돌아다니고, 새벽부턴 며느리 같은 어르신들의 부지런한 남새밭일. 그러고보니 나는 목사고시를 두 번 떨어졌는데 모두 설교 때문. 첫 번 설교는 ‘며느리가 하나님이시다’. 동학의 가르침과 성서를 같이 읽었더니 땡~. 두 번째는 오기로 ‘소작농 예수, 땅주인 교회’ 설교 기회도 안 주고 땡~.
미운털이 박힌 나를 몰아세우던 어른들 얼굴은 서울며느리처럼 하얗고 고우셨다. 교단이 쪼그라들자 한 사람이라도 아쉬웠던지 세 번째는 합격. 친구 스님이 농반진반 승가대로 옮기라는 걸 안 하길 잘했지. 갔으면 막걸리 없는 인생. 이 나이 먹고까지 계율이다 뭐다 눈치코치 보며 살겠는가.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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