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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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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떼들이 나라곡간 훔쳐 먹고 사대강 난도질을 쳐놓은 뒤부터 양심 둑도 무너지고 강변마을은 인심조차 사나워졌어. 시멘트로 발라 흉측해진 강변. 수변공원이라며 돈 발라 만들어놓은 곳엔 잡초가 무성. 쥐똥 치우려면 하나님도 부처님도 앞으로 두고두고 속타시겠다들.
부처님오신날엔 절집에 인사차 갔었는데 인사말씀을 시키는 통에, 그런 거 즐기는 촐랑이는 아니라서 언제부턴가 마음으로만 축하. 올핸 세월호 시민상주 천일순례하는 친구들이랑 5·18 망월묘역에서 출발해 영산강줄기 따라 내가 사는 산동네까지 걷기로 약속을 잡았다. 붉은 팥죽이나 한 그릇 먹고 차근차근 순례길을 걷노라면 맑은 기도가 되겠지 싶어.
차알찰 봄비 오신 뒤에 마당은 풀이 우북. 풀잔디도 매주 깎아주고 해야 하는데 강의다 전시회다 출타가 잦은 통에 집은 버려진 귀곡산장 같아라.
권정생 아저씨는 마당 풀을 말끔히 정리하는 걸 매우 싫어하셨단다. 마당에 풀도 살아야 한다고. 방에 들어온 쥐에겐 방금 한 밥을 퍼주고, 쥐똥은 정성스럽게 쓸어 담아 텃밭에 버리고…. 안동 조탑동 흙집에 찾아오는 모든 미물들을 귀하야 대하셨단다.
나는 그 경지가 못되어 쥐가 괴로워 죽겠다. 요놈의 쥐떼가 창고를 드나들며 개밥을 훔쳐 먹고 새끼도 낳아 키우는데 벌써 대가족을 이루신 듯. 어젯밤엔 쥐떼에게 물려 죽는 꿈까지 꿨다.
집을 쥐떼에게 양도하고 진짜 은수자가 되어 성녀 소화 데레사처럼 백합화와 장미꽃을 보면서 순례길을 걷고 싶어라.
소화 데레사는 수풀 꽃 시내 바다 나비와 예쁜 어린애들, 생전 보지도 못했을 만큼 많은 나비와 새들이 등장하는 꿈만 꿨다는데, 부럽소이다. 나는 이 쥐들과 언제야 이별하고 나비와 춤추는 꿈을 꿀까나.
임의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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