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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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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끝집 사시는 분들은 단체여행팀으로 불려도 될 만큼 그 어떤 정권보다 많은 해외순방을 하고서도 마추픽추를 못 가보시다니.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씀. 우리 국민들은 스페인 군대 같은 일당들이 몰고 오는 사드도 두렵고, 오기와 깡다구로 똘똘 뭉친 이북 사람들도 혈압에 나가떨어질까 걱정스럽다. 땅 아랫마을에선 더는 살기 괴로워 공중누각을 짓고 마추픽추에 올라가 숨어 살아볼까나. 마추픽추엔 지금쯤 안개비가 자욱한 아침과 돌담이 눈부신 한낮과 하늘이 껌껌해지는 개기일식이 빈번한 저녁의 반복이겠다. 소설가 장강명의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을 보니 ‘여기 와보라카이’ 그런다는 보라카이 풍경이 ‘저렴하다’는 자주 표현되는 말에 섞여설랑 흥미진진했다. 일박이일이 기본인 비행기와 도둑놈같이 비싼 고산열차를 비롯하여 보라카이만큼 저렴한 여행은 아니지만 마추픽추는 평생 한번은 꿈꿔볼 만한 여행지다.
신기한, 정체 모를, 웅장한 공중도시에서 며칠 묵으며 지은 노래가 있다. “처음 우리는 돌이었다지. 하늘이 낳은 돌멩이들. 산 아래로 굴러 들로 강으로. 사냥을 피해 바위 올라간 표범과 갈기 늑대는 돌단을 높이 쌓아 기도 올렸네. 개간한 밭에 인디오들 따루이를 거두는가. 산허리 어린 알파카여! 동무도 없는지 안개 밀려든 마추픽추에 신께 바쳤다는 아이들의 혼령. 바람이 내게 노래하였네. 바람이 우후 들려주었네. 심뽀니아, 케나, 잉카의 악기들. 돌들이 내게 노래하였네. 돌들이 우후 노래 불렀네. 머나먼 그곳 한없이 그리워.”
거대한 돌을 깎아 붙인 실력은 오늘날도 재현이 어렵다고 한다. 안개와 구름에 휩싸이면 마추픽추는 마치 천상의 도시처럼 신비감이 배가된다. 우리 아랫동네도 돌담길이 참 예쁘다. 마추픽추를 봐버려서 좀 시시하기는 하여도. 재작년 주차장 구석에 돌담을 쌓는 도전을 해보았는데 할머니 한분이 솜씨가 좋다며 칭찬해 주었다. 어깨가 으쓱거렸다. 분잡한 일들로 살아가다가 내 몸속 잉카의 피를 잊을 뻔하였다. 우리처럼 생긴 인디오들이 색동옷을 입고 기다리던 곳. 머잖아 뒷산에 색동 단풍이 들면 내가 사는 이곳도 마추픽추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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