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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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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짱이신 로빈슨 크루소. 내 키만큼 생긴 카약이 있는데 이름을 로빈슨이라 지었다. 요트는 돈이 꽤 들지만 카약은 노를 저을 알통 근육만 있으면 된다. 뙤약볕이 물러났으니 다시 이 친구를 꺼내 강물을 저어갔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브래드 피트가 형이랑 둘이 나무배를 끌고 폭포수로 뛰어들던 위험천만한 장면. 카약에 확 끌렸다. 태풍이 몰고 온 폭우로 호수마다 물이 찰랑찰랑하고 강 상류는 용맹하게 흐르더라.
“숫염소처럼 생긴 고독한 카약에 올라타 강물을 저어 흘러가면 한달음 마도로스가 된다. 입술을 나누고서 느린 곡조의 이별 노래를 부르기 전에 북극성 주위를 맴도는 떠돌이별처럼 카약은 멀리 가지 않고 앵두꽃이 지는 저물 무렵 집에 돌아오고는 하였다. 가족사진에 없어도 로빈슨은 내 가족. 강물의 릭샤꾼인 바람이 건들 불고 주술의 길이 열리자 나는 객사 앞에서 로빈슨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약에 잠시 앉아 머리를 식히고 돌아왔지. 식힌다는 것. 그러려면 찬물이 필요해.
찬물에 쏙~ 뛰어드니 정신이 번쩍 났다.
움베르토 에코의 책 가운데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고 있다. 축구 이야기를 하지 않는 방법, 미술 전시회 도록에 서문을 쓰는 방법,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 과부를 경계하는 방법,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까지….
낄낄 웃으며 배울 만한 내용이 많다. 머리를 식히는 방법 가운데 진짜 찬물로 뛰어든 인간의 글을 지금 그대는 읽고 계시는 거다. 정답은 어쩌면 쉽고 단순한 것이 아닐까. 가기 싫은 곳엔 안 가면 되는 것이고, 꼴 보기 싫으면 안 보면 후련해진다. 스님이 절 싫으면 떠나는 것이 장땡이다. 정치권력이 문제일 때 당장 끌어내리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참고 견디고 어쩌고 하다간 울화증만 깊어져. 시원하게 흘러가는 물을 보고 만지고 했더니 속이 뻥 뚫리더라.
“시골 유모차엔 아기 대신에 무나 배추 몇 포기가 타는 것처럼 내 카약에는 시와 별과 구름과 음표가 탔고 나는 이를 윽물고서 노를 저었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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