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단식 인생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1 추천 수 0 2018.10.09 23:18:50
.........

l_2016092901003413100266051.jpg


민어에 이어 전어가 제철인 데다 서남해안 개펄 낙지는 지독한 유혹이요 미혹이렷다. 날것을 겁 없이 집어먹었더니 탈이 났나봐. 뭘 안 먹어 보려 나도 단식모드에 들어가 있었는데 칭찬해주실 누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당 밥 생각이 나서 그만 포기할 수밖에. 무엇보다 목소리에 힘이 빠져 모기소리가 났다. 언젠가 전인권 아저씨 밥 드시는 모습. 어찌나 맛나게 잘 드시던지. 밥은 그렇게 황홀한 표정으로 먹어야 힘이 생기지. 그래 노래할 때 힘이 넘치시나봐. 밥을 맛나게 자시는 분들을 보면 굶어 죽는 쪽보다는 먹고 죽는 쪽으로 싸악 기울게 된다.

탄수화물 밥을 끊고 고단백질 육고기로 배를 채워보자는 분들도 계시던데, 한순간에 그렇게는 못할 거 같아. 예수님도 사막에서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단식을 오래 하셨는데 허깨비 악마가 세 차례나 나타나 맘고생을 하셨다는 성경 얘기. 무려 사십일을 굶으셨다고. 엄마가 얼마나 속이 상했을꼬. 두번 다시 그러지 마세요. 억울하게 자식들 잃고 곡기를 끊은 부모님들 앞에서 통닭을 시켜 먹으며 조롱하던 젊은이들 사건도 떠오른다. 통닭 값을 대신 내주는가 하면 철딱서니없는 것들 말리는 건 고사하고 같은 편을 들던 인간들도 똑똑히 기억한다. 인간이 참 별나고 가지가지 하는 종자들이 많은 거 같아.
신학교 댕길 때 두어주 밥숟가락 놓고 기도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 어지럼증으로 상당기간 고생했다. 단식투쟁을 하는 무리들엔 될 수 있으면 끼지 않으려 했으나 이른바 운동권으로 분류되면서 인생이 원대로 되질 않았지. 요새는 밥을 두 끼 차려 먹고 아침은 간단한 미숫가루. 밖에서 먹으면 탈이 나는 경우가 잦아 번거로워도 집밥을 지어 먹는다. 배탈이 나거나 정신없이 바빠 끼니를 놓치면 거창하게 이 나라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단식투쟁이라 생각하고 혀를 살짝 깨물지. 시큼한 위액이 올라오면 ‘하나님 아부지~’ 하고 애교를 부리면서. 나도 은행잔액 걱정이 되어 살짝 비굴한 기도가 나오기도 하는데 하늘은 진짜 싸늘하다 못해 이런 시베리아. 단식으로 뭘 해본다면 스코트 니어링처럼 죽음 앞에서가 좋을 거 같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6.09.28


댓글 '1'

나무

2018.10.09 23:21:21

사람은 밥심으로 살아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10 이해인 꽃과 기도 이해인 2015-04-19 438
8909 이해인 아기에게 이해인 2015-04-19 248
8908 이해인 나무가 나에게 이해인 2015-04-19 299
8907 이해인 꽃밭 편지 이해인 2015-04-19 248
8906 이해인 눈물 예찬 이해인 2015-04-19 257
8905 이해인 책이 되는 순간 이해인 2015-04-16 239
8904 이해인 삶이 무거우니 이해인 2015-04-16 406
8903 이해인 바람 부는 날 이해인 2015-04-16 305
8902 이해인 일기 이해인 2015-04-16 193
8901 김남준 직업상 매일 악한세상 문화를 접하지 않을 수 없어요 김남준 2015-04-12 171
8900 김남준 머리로는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김남준 2015-04-12 134
8899 김남준 지나치게 일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김남준 2015-04-12 114
8898 김남준 너무 바빠 경건 생활조차 힘든 직장인이라면? 김남준 2015-04-12 104
8897 김남준 주일을 지킬 수 없는 직장이라면 김남준 2015-04-12 147
8896 이해인 가야 소녀에게 이해인 2015-04-08 290
8895 이해인 작은 기도 이해인 2015-04-08 387
8894 이해인 이별의 아픔 이해인 2015-04-08 207
8893 이해인 꿈꾸며 떠난 길 이해인 2015-04-08 227
8892 이해인 숨바꼭질 이해인 2015-04-08 196
8891 김남준 업무의 결과물이 악한 의도로 사용될 때 김남준 2015-04-07 136
8890 김남준 업계의 부정직한 관행들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남준 2015-04-07 110
8889 김남준 직장 내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면 김남준 2015-04-07 138
8888 김남준 직장 내 편가르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김남준 2015-04-07 263
8887 김남준 소명 받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김남준 2015-04-07 158
8886 이해인 나의 방 -비어 있어 이해인 2015-03-31 214
8885 이해인 나무를 안고 이해인 2015-03-31 242
8884 이해인 길 위에서 이해인 2015-03-31 196
8883 이해인 엄마 이해인 2015-03-31 238
8882 이해인 그리운 집 이해인 2015-03-31 219
8881 이해인 후회뿐인 기도 이해인 2015-03-31 341
8880 이해인 꿈의 길 이해인 2015-03-31 217
8879 이해인 잔치국수 이해인 2015-03-31 255
8878 김남준 하고자 하는 일이 있지만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김남준 2015-03-31 218
8877 김남준 소명에 회의가 들 때 김남준 2015-03-31 159
8876 김남준 소명이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요? 김남준 2015-03-31 10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