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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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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엔 오르골. 골골 아프신 할매들과 골골 울어대는 개구리들도 오르골 소리에 위로받기를. 손이 좀 심심하다 싶으면 오르골을 돌리기 시작해. 팝과 클래식 여러 종류 오르골을 모으기 시작하다 포기했는데, 줄기차게 모아볼 걸 그랬다는 아쉬운 생각. 바흐에서부터 비틀스까지 다양한 레퍼토리. 뚱땅거리며 내는 음악소리. 뼈마디 송골송골 땀이 맺히듯 마디 따라 음악이 달려 나온다.
하루 동안 내가 무엇인가 붙잡고 돌리는 건 오르골뿐이야. 뱅뱅 감아 돌려야 켜지는 경운기 시동, 그거 안 해본 지 정말 오래되었지. 전엔 태엽을 감는 손목시계를 하나 차고 다녔어. 거 있잖은가 밥 주는 시계. 아버지가 벗어서 내 손목에 채워주신 손목시계. 용하다는 시계방 할아범이 포기를 선언하셨을 때, 아~ 손목시계까지 세상을 떠났음을 확인하였지. 아버지가 비로소 진짜 안식에 들 수 있겠구나 싶었어.
오르골을 사랑하게 되면 큰 목청보다 작은 소리에 몸이 기울게 된다. 요새는 작고 낮은 풀벌레 소리가 어찌나 갸륵한지 창문을 자주 열어보게 돼. 일할 때 신으려고 나뭇광 위에다가 올려둔 신발이 한 켤레 있었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지 뭐야. 쌀쌀하여 난롯불을 처음 때보려고 장작을 꺼내려는데 운동화가 거기 있더군. 속을 들여다보니 딱새가 집을 짓고 살았던 흔적. 힝힝 난 무좀도 없고 발 냄새도 그닥 안 나는 체질, 감사한 줄 알거라 새들아. 어쩐지 매우 가까이에 아기 새 울음소리가 들리더라니. 오르골 소리처럼 나직한 울음. 귀를 모아볼 걸 그랬어.
목소리를 키우려다 사달이 난 권력의 숨은 실세들. 함부로 큰소리치며 떵떵거리다가 온갖 욕바가지를 다 맛보는 중인 재벌가 소식들로 세상은 어지럽고 귀청이 따가울 지경이야. ‘우주의 기운을 모아 혼이 정상이 되려면’ 일단 오르골을 하나 돌려봅시다. 자가 치유 목적으로다가 비틀스의 ‘헤이 주드’. “헤이 주드. 돈트 메이크 잇 배드. 테이크 어 새드 송, 앤드 메이크 잇 베터…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 슬픈 노래를 좋은 노래로 만들어보자고.”
임의진 목사·시인 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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