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망자와 망초꽃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30 추천 수 0 2018.10.17 22:27:25
.........

l_2016110301000319100025351.jpg
나라가 망하면 그 자리에 핀다고 해서 망초꽃. 버려진 땅에 피는 꽃. 지옥에 피는 꽃. 북미가 원산지인 이 꽃은 중미에서도 흔한 꽃이다. 겨누는 권총도 없는데 하얗게 질려 한들거리는 망초꽃은 망자의 얼굴을 닮았기도 하였어라.
멕시코 ‘망자의 날(Day of the Dead)’은 해마다 11월 첫주에 지켜지는데, 그 요란한 해골축제가 눈앞에 펼쳐진다면 당신은 충격과 함께 환호성을 내지르게 될 것이다. 일년에 하루쯤 망자가 모조리 집으로 돌아와 함께 지내면서 기다란 생머리를 출렁거린다는 이야기. 검불처럼 고요한 이 길에서 며칠 상간 망자의 축제에 사로잡혀 지냈다. 선인장 가시가 싱싱하고 빼곡 차 있었는데 거기 기댔다가 나도 죽을 뻔 보았지. 망자가 된다 해도 돌아올 곳이 있으니 안심이지만 말이다.
하나 한국 땅이 아니라 멕시코라면 귀신이 어리둥절하겠구나. 조상 제사를 미신이라 하여 때려 엎고 세워진 서구적 세계관 십자가무덤 위엔 아뿔싸 세습 자본과 세습 권력, 제단이 아닌 ‘재단’이 숭배되고 있어라. 살아서도 불지옥인 숨막히는 경쟁과 낙오는 밑바닥 인생 또한 발바닥에 불이 나게 해. 지옥이 뭐 별게 없다. 세상사에 무관심한 사람들. ‘살았어도 이미 죽은 사람들.’ 의식 없고 생각 없는 무리들이 모여 살면 그게 지옥이다.
해골들이 살아 춤추고 망초꽃도 저리 커서 허리춤을 따라 춘다. 울동네 할매들이 구경했더라면 무서워 며칠 드러눕고 말았을 기다란 해골바가지 행렬. 분홍색으로 뺨을 붉힌 복숭아나무에 숨어 꽃상여를 오래 훔쳐보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무릎정강이까지 올라온 꽃들은 바람을 타고 수취인불명의 주소로 날아올랐지. 홍시밭에 발그레한 보름달이 숨으면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듯 하얀 상여꽃이 망자의 날에 피고 지니 낯익은 풍경 같아라.
무엇이 출생이고 무엇이 죽음이런가. 세상사 관심을 가질 것, 정신을 온전히 차릴 것, 제 의지를 갖고 사는 일이 목숨의 시작이겠다. 조상님 망자들이 지금 눈 부릅뜨고 지켜보신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6.11.02


댓글 '1'

나무

2018.10.18 10:50:48

멕시코 영화 <코코>가 생각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20 임의진 [시골편지] 우주의 기운 file 임의진 2018-11-29 25
10519 임의진 [시골편지]육식에서 채식으로 file [1] 임의진 목사 2018-11-28 33
10518 김남준 교회를 통해 이루는 성장 김남준 2018-11-24 47
10517 김남준 택하신 족속:선택 김남준 2018-11-24 30
10516 김남준 왕같은 제사장:사명 김남준 2018-11-24 51
10515 김남준 거룩한 나라:구별 김남준 2018-11-24 28
10514 김남준 소유된 백성:사랑 김남준 2018-11-24 34
10513 김남준 빛 가운데로 불러주심 김남준 2018-11-24 53
10512 김남준 기이한 덕을 선포케 하시려고 김남준 2018-11-24 29
10511 김남준 전파하는 선교적 삶 김남준 2018-11-24 45
10510 김남준 사랑 안에서 삶으로 김남준 2018-11-21 50
10509 김남준 참된 생활을 함으로 김남준 2018-11-21 34
10508 김남준 그리스도를 닮아감 김남준 2018-11-21 70
10507 김남준 신자의 영적 성장 김남준 2018-11-16 61
10506 김남준 영적 성장의 필요성 김남준 2018-11-16 73
10505 김남준 교회의 확장과 성숙 김남준 2018-11-16 50
10504 임의진 [시골편지]여우골 성탄절 file 임의진 2018-11-12 112
10503 임의진 [시골편지] 간장 종지 file 임의진 2018-11-12 63
10502 임의진 [시골편지]담뱃불과 촛불 file 임의진 2018-11-10 51
10501 김남준 여자의 후손 김남준 2018-11-08 49
10500 김남준 교회를 세우심 김남준 2018-11-08 51
10499 김남준 교회의 머리:예수 그리스도 김남준 2018-11-08 110
10498 김남준 그리스도와의 원리적인 연합 김남준 2018-11-08 35
10497 김남준 그리스도와의 실제적인 연합 김남준 2018-11-08 35
10496 김남준 교회와 함께 완성되는 구원 김남준 2018-11-08 38
10495 김남준 교회를 사랑하며 김남준 2018-11-08 60
10494 임의진 [시골편지]고산병 file 임의진 2018-11-07 49
10493 임의진 [시골편지] 사상누각 file 임의진 2018-11-06 41
10492 임의진 [시골편지]바지락 반지락 file 임의진 2018-11-01 126
10491 김남준 하나님을 떠난 인간 김남준 2018-10-29 57
10490 김남준 인간에게 부여하신 영광 김남준 2018-10-29 36
10489 김남준 나타난 하나님의 의 김남준 2018-10-29 31
10488 김남준 구속의 의미 김남준 2018-10-29 45
10487 김남준 십자가로 이루신 구속 김남준 2018-10-29 77
10486 김남준 무엇으로부터의 구속인가 김남준 2018-10-29 3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