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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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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소설 가운데 군사쿠데타로 쫓겨난 카리브해 어느 대통령 이야기가 있다. 늙고 병든 일흔세 살의 대통령. 제네바에서 수술을 앞두고 만난, 같은 동포 운전수와 음식 솜씨가 좋은 아낙이랑 나눈 우정은 마치 영화 <일 포스티노>만큼이나 애잔해.
허세와는 달리 가난한 대통령은 시계와 금줄 넥타이핀 등을 내다팔아 병원비를 충당하며 지냈다. “내 옛 동지들이 속속 대통령이 되었지. 할 줄도 모르는 일들로 영광을 약탈만 했다네. 몇몇은 권력 맛을 즐겼는데 그보다 못한 저질들은 ‘관직’을 나눠 가졌지.” 투병 중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에 매료된 부부는 접시를 빌려다 고향맛 해산물 요리를 차린다. 덕분에 건강을 추스른 대통령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배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보낸 속달우편엔 “타국의 침대에서 죽음을 맞지 않았다는 작은 영광 말고도 개혁적인 지도자로서 역사에 기억되겠다는 의지”가 곡진히 담겨 있었다. 지팡이를 깜박 놓고 간 기차역 장면과 커피를 다시 배부르도록 마시게 되었다는 편지 속 대통령은 싹싹한 이웃 같았지.
독재와 무법, 마법 마술이 다반사인 어디 후진국도 아니고 지독한 사리사욕과 매관매직. 국민을 깔보고 얕보는 무뢰배들. 이참에 모래 위의 집을 통째 파내어 집무실은 정부청사로, 집터는 민주화 촛불기념공원으로 삼으면 어떨는지.
멕시코 서북단 뾰족구두 반도 ‘바하칼리포르니아 수르’, 맨 아래쪽 로스 카보스 마을로 가는 사막도로엔 호텔 캘리포니아가 있다. 이글스의 대표곡 ‘호텔 캘리포니아’와 얽힌 사연은 재미있다. 진위를 떠나 그냥 그 노래 팬들은 그 호텔에 가보는 게 평생소원. 귀국 직전 나는 호텔 귀퉁이 식당에 앉아 로컬 맥주로 목을 축였다.
이글스의 노래는 거위떼처럼 호텔 로비와 건너편 성당 마당까지 꽉 차게 울어대고 있었다. 사상누각, 모래 위에 지은 집이 아닌 노래 위에 지은 집. 간신배들이라고는 하나 없이 벨보이가 전부인 그 자그만 호텔엔 고국에 돌아갈 배편을 물색 중인 대통령도 한 분쯤 묵고 계신 듯 싶었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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