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신문지 한 장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70 추천 수 0 2019.05.14 22:32:54
.........

l_2018030801000812600064791.jpg

씨눈들이 사람 눈처럼 또랑거리는 ‘봄봄’. 산수유는 벌써 노랗게 피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별들이 아침에도 돌아가지 않은 게 꽃이란다. 나무마다 별꽃이 피어 이쪽 말로 ‘버큼(거품)’ 같아. 부풀어 오르다가 쭉 가라앉으면 다음엔 풀들이 땅별을 덮으며 차오르겠지. 쑥 캐던 할매들은 신문지 한 장 바닥에 깔고서는 멍 때리고 앉아 봄바람을 쐰다.
막심 고리키의 에세이집 <가난한 사람들>엔 이런 얘기가 있다. “신문은 구독 안 합니까?” “그딴 걸 왜 봅니까. 뭐 찻집에 가면 들춰보긴 하죠. 언제는 진격했다더니 또 퇴각했다고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우리 동네 한 녀석이 있는데 그놈 별명이 바로 ‘신문’입니다.” 그래도 시골에선 신문지가 꼭 필요하다. 활자가 아니라 그냥 종이로라도 말이다. 예전엔 들밥을 먹을 때 펼쳤고, 들불을 놓을 때도, 물건을 싸거나 보관할 때 여러모로 요긴했다. 아이들은 딱지를 접고, 종이 모자로 쓰고, 두툼하게 겹쳐 야구 글러브를 만들었다. 도배할 때 초벌로 신문지를 붙이기도 했다. 아예 쇠죽 쑤는 허드레 방 같은 데는 신문지가 벽지를 대신했다. 해묵은 소식을 끌어안으면서 설설 끓던 쇠죽방. 어릴 적 친구는 엎드리면 벽이 신문지였다고 했다. 사설을 읽고 자란 덕분인지 신문사 동네에서 밥벌이를 삼고 지낸다. 신문의 정기를 받았다고나 할까.

굴착기를 앞세운 4대강 강행 때부터 국정농단까지 커다란 제목들. 신문보기가 두렵기조차 했다. 수고한 분들 덕분에 무사히 올림픽도 마쳤고,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남북한 소식은 반갑기도 하지만 말이다. 언젠가 남북정상회담 장면이나 헌법 제1조를 머리기사로 담은 경향신문 지면 같은 건 방바닥에다 깔고 짜장면을 먹기엔 숭고하고 거룩하기까지 했다. 그런 신문지는 버리지 못하여 어디 책꽂이 잡지 근방에 개켜져 있을 것이다. 반면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아궁이에 던져 넣고 싶은 신문지도 있다. 그런 신문사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는 그놈 별명에 다름 아니겠다. 재벌기업과 유착하여 혈맹을 과시하는 신문들, 추잡한 형님 선배님들의 신문. 그런 신문지는 저 밭에 할매들 궁둥이에서 납작 찌그러지길.

임의진 목사·시인
2018.03.0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20 이해인 친구에게 이해인 2015-11-30 343
9319 김남준 정욕과 필연의 형성 김남준 2015-11-30 94
9318 김남준 자연적 본성과 도덕적 본성 김남준 2015-11-30 110
9317 김남준 만물의 근원이신 하나님 김남준 2015-11-30 261
9316 김남준 인간의 가치와 존재 규정 김남준 2015-11-30 122
9315 김남준 변치 않는 하나님과 변하는 세계 김남준 2015-11-30 131
9314 김남준 나와 하나님의 존재 김남준 2015-11-30 152
9313 김남준 인간의 쉼과 사랑 file 김남준 2015-11-30 122
9312 한희철 외롭게 하시되 한희철 2015-11-27 239
9311 한희철 나처럼 사는 건 한희철 2015-11-27 286
9310 한희철 아기 한희철 2015-11-27 175
9309 한희철 다만 한희철 2015-11-27 179
9308 김남준 진리와 함께 사는 삶 김남준 2015-11-26 173
9307 김남준 은혜와 생명력 김남준 2015-11-26 120
9306 김남준 사람 됨 김남준 2015-11-26 105
9305 김남준 성령의 은혜 김남준 2015-11-26 123
9304 필로칼리아 순종과 기도 마크 2015-11-25 136
9303 필로칼리아 하나님께 일치 마크 2015-11-25 109
9302 필로칼리아 악한 사람의 협력 마크 2015-11-25 104
9301 필로칼리아 끼리끼리 마크 2015-11-25 120
9300 필로칼리아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 마크 2015-11-25 148
9299 한희철 보름산미술관 에서 한희철 2015-11-19 191
9298 한희철 풍경 한희철 2015-11-19 160
9297 한희철 아름다운 사람 한희철 2015-11-19 243
9296 한희철 햇빛이 드는 곳 [1] 한희철 2015-11-19 308
9295 한희철 지고 싶은 것 한희철 2015-11-19 182
9294 한희철 누군가 밤새 한희철 2015-11-19 167
9293 김남준 절벽에도 생명은 있다 김남준 2015-11-18 128
9292 김남준 절대적, 상대적 의미의 십자가 김남준 2015-11-18 203
9291 김남준 그리스도와의 연합 김남준 2015-11-18 165
9290 김남준 인생의 발자취 김남준 2015-11-18 151
9289 김남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김남준 2015-11-18 175
9288 김남준 인간이 잘 살지 못하는 이유 김남준 2015-11-18 196
9287 한희철 이슬3 한희철 2015-11-18 133
9286 필로칼리아 고백 마크 2015-11-17 9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