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차력사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52 추천 수 0 2019.05.15 23:55:13
.........

l_2018031501001759300139721.jpg
요새 아이들은 차력사가 무엇인지 모를 거다. 약장수랑 둘이 쿵짝짝이던 차력사. 약장수들은 마블 주인공처럼 생긴 차력사를 한 명 대동하고 동네에 나타났다. 공터에다 간이무대를 마련하고 구경꾼들을 그러모았다. 차력사는 근육질 몸에 반질반질 기름을 바르고, 장발 머리엔 띠를 동여매고서 붉은 신호등 같은 얼굴을 반짝거렸다. 약장수는 낯선 경상도 말을 썼다. 차력사와 “롱가서 묵을라꼬예(나눠 먹겠다).” 고급 경상도 말을 처음 듣게 된 나. 지금도 경상도 사람을 만나면 롱가서 묵는다는 말이 퍼뜩 떠오르게 된다.
차력사는 입에서 불을 뿜고, 손바닥으로 못을 박는가 하면 주먹으로 배를 쳐도 요동치지 않았다. 소주 됫병을 손바닥 수도로 내리치는 장면에선 관객들 모두 자지러졌다. 행여 피를 보지 않을까 염려는 뚝. 전광석화처럼 유리병을 산산조각 냈다. 철사로 몸을 조인 뒤에 끊어내는 묘기도 선보였다. 근육 사이로 핏줄이 금방 터져나올 것 같았다. 으랏차차 기합과 동시에 철사줄은 사방으로 뜯겨져나갔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었다.
소설가 김영현의 단편 <차력사>도 나랑 기억이 똑같았다. 이름은 박팔갑산. 칠갑산도 아니고 팔갑산. 소설 속 나는 어려서 학교 공터에서 그를 만난 뒤 훗날 쇠전의 야바위꾼들 속에서 다시 보고, 세월이 흘러 파랑새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또다시 만나게 된다. “타아~.” 늙은 사내의 기합소리. 땀에 전 주름살투성이의 뺨. 소설가는 차력사에게서 “세상의 추잡한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폭풍우 속에 혼자 서 있는 사람과도 같은 외로움과 야성”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지금 박팔갑산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내가 어려서 봤던, 꽁꽁 묶인 철사줄을 단숨에 끊어버리던 괴력의 사나이가 궁금해진다. 정작 괴물다운 괴물이 사라진 빈자리. 쇠꼬챙이보다 못한 아랫도리나 탈랑거리는 괴물들이 차지하고 있음이렷다. 약장수는 이 약을 사먹어야 이처럼 강골이 된다고 침을 튀겼지만, 차력사는 밥을 먹어야 한다고 딴소리를 했다. 약장수가 차력사를 흘겨보는 사이 자리를 뜨던 아짐씨들. 가설무대에다 무시(무) 방귀를 뿡뿡 사질러댔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8.03.1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30 김남준 정욕과 필연의 형성 김남준 2015-12-07 101
9329 김남준 자연적 본성과 도덕적 본성 김남준 2015-12-07 119
9328 필로칼리아 불행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마크 2015-12-02 118
9327 필로칼리아 고난이나 책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크 2015-12-02 139
9326 필로칼리아 수덕적인 싸움을 할 때에 마크 2015-12-02 132
9325 필로칼리아 진리를 위해 수치와 학대를 받는 사람 마크 2015-12-02 108
9324 필로칼리아 장래의 축복을 기대하면서 마크 2015-12-02 106
9323 필로칼리아 기도의 계명을 무시하는 사람 마크 2015-12-02 163
9322 필로칼리아 기도의 중요성 마크 2015-12-02 179
9321 이해인 매일의 다짐 이해인 2015-12-01 856
9320 이해인 친구에게 이해인 2015-11-30 343
9319 김남준 정욕과 필연의 형성 김남준 2015-11-30 94
9318 김남준 자연적 본성과 도덕적 본성 김남준 2015-11-30 110
9317 김남준 만물의 근원이신 하나님 김남준 2015-11-30 261
9316 김남준 인간의 가치와 존재 규정 김남준 2015-11-30 122
9315 김남준 변치 않는 하나님과 변하는 세계 김남준 2015-11-30 131
9314 김남준 나와 하나님의 존재 김남준 2015-11-30 152
9313 김남준 인간의 쉼과 사랑 file 김남준 2015-11-30 122
9312 한희철 외롭게 하시되 한희철 2015-11-27 239
9311 한희철 나처럼 사는 건 한희철 2015-11-27 286
9310 한희철 아기 한희철 2015-11-27 175
9309 한희철 다만 한희철 2015-11-27 179
9308 김남준 진리와 함께 사는 삶 김남준 2015-11-26 173
9307 김남준 은혜와 생명력 김남준 2015-11-26 120
9306 김남준 사람 됨 김남준 2015-11-26 105
9305 김남준 성령의 은혜 김남준 2015-11-26 123
9304 필로칼리아 순종과 기도 마크 2015-11-25 136
9303 필로칼리아 하나님께 일치 마크 2015-11-25 109
9302 필로칼리아 악한 사람의 협력 마크 2015-11-25 104
9301 필로칼리아 끼리끼리 마크 2015-11-25 120
9300 필로칼리아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 마크 2015-11-25 148
9299 한희철 보름산미술관 에서 한희철 2015-11-19 191
9298 한희철 풍경 한희철 2015-11-19 160
9297 한희철 아름다운 사람 한희철 2015-11-19 243
9296 한희철 햇빛이 드는 곳 [1] 한희철 2015-11-19 30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