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나무 목요일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7 추천 수 0 2019.05.20 23:46:41
.........

l_2018040501000497800043711.jpg
일주일 가운데 목요일에 매료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나무 목자, 목요일. 나는 나무를 사랑하다 못해 정원사까지 되었어라. 내 정원을 한번 구경해본 사람이라면 정원사라는 말에 트집 걸지는 못할 것이다. 울타리 솔숲과 갖가지 정원수로 꽉 찬 정원. 며칠 봄비가 내린다 하여 나무마다 구덩이를 파고 퇴비를 냈다. 내 손바닥은 나무의 살결 수피처럼 거칠고 딱딱해졌다. 샌님의 곱디고운 그런 손길이 아니다. 갈라지고 파이고 딱딱하며 거친 손. 악수하는 이들마다 무슨 공사하고 왔냐 캐묻는다. 나무를 매만지면 저랑 같은 동족인 줄 알고 가지를 쭉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라.
티베트 사람들은 이웃과 포근한 정을 나누기 위해 통렌(Tonglen)이란 수행법을 사용한다. 정을 나누며 살고픈 사람을 생각하고 그의 근심 걱정, 고통을 헤아려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폐부 깊숙이 그의 모든 어두움을 삼킨 뒤, 다음은 천천히 숨을 내쉰다. 이때 그를 축복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훅~’ 내쉬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나무는 이미 오래전부터 통렌 수행을 해온 수도자 같다. 세상의 모든 어둠과 그늘을 들이마신 뒤, 우리에게는 밝음과 미소 그리고 맑은 공기를 안겨주는 나무. 목요일에 이르면 비로소 정신이 차려지고 숨도 고르게 쉴 수 있게 된다. 나무의 날은 평화와 안식의 날.

꼬리가 잘린 여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솔로’ 여우는 제 꼬리를 베고 단잠을 잔다. 여우 꼬리의 전설은 대부분 배필, 짝을 상징한다. 꼬리 달린 모든 짐승들은 꼬리로 대화도 나눈다. 마찬가지로 나무도 대지의 꼬리. 목요일은 일주일의 꼬리부분이다. 일에서 놓여날 수 있는 금토일이 머리 부분이라면 월화수는 생을 살아가는 본디박이 몸통. 그러다 목요일이 되면 살랑살랑 봄바람에 춤을 추는 꼬리처럼 휴일이 설레어서 행복해진다. 나무는 다른 날보다 배나 어깨를 들썩거린다. 요샌 보통 목요일 밤에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더라. 금요일 오후부터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목요일 밤엔 나무그늘 아래서 혼자 고독하게 차 한 잔 즐겨도 좋다. 나무 목요일, 나무아미타불. 이날엔 누구나 부처님처럼 성불할 수가 있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8.04.0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임의진 [시골편지] 나무 목요일 file 임의진 2019-05-20 37
10719 임의진 [시골편지] 잔소리꾼 file 임의진 2019-05-18 53
10718 임의진 [시골편지] 유행가 file 임의진 2019-05-16 90
10717 임의진 [시골편지] 차력사 file 임의진 2019-05-15 52
10716 임의진 [시골편지] 신문지 한 장 file 임의진 2019-05-14 70
10715 임의진 [시골편지] 귀하고 귀한 것 file 임의진 2019-05-13 69
10714 김남준 대속의 결과 -하나님과의 평화 김남준 2019-05-13 59
10713 김남준 무엇을 대속하셨나-반역과 죄 김남준 2019-05-13 33
10712 김남준 누가 대속하셨나-메시아 김남준 2019-05-13 29
10711 김남준 대속은 무엇인가-하나님의 구원의 방법 김남준 2019-05-13 69
10710 김남준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김남준 2019-05-13 49
10709 김남준 하나님의 생각을 가르쳐 줄 사람 김남준 2019-05-13 74
10708 김남준 우리 시대의 오해 김남준 2019-05-13 54
10707 김남준 메시아에 대한 오해 김남준 2019-05-13 34
10706 김남준 희망은 바른 이해로부터 나온다 김남준 2019-05-11 57
10705 김남준 우리를 위한 고난 김남준 2019-05-11 55
10704 임의진 [시골편지] 요롤레이 요롤레이 file 임의진 2019-05-11 60
10703 임의진 [시골편지] 강강술래와 윷놀이 file 임의진 2019-05-10 82
10702 임의진 [시골편지] 강원도 팝콘 file 임의진 2019-05-09 92
10701 임의진 [시골편지] 참새와 까마귀의 마을 file 임의진 2019-05-08 69
10700 임의진 [시골편지] 농민가 file 임의진 2019-05-07 53
10699 임의진 [시골편지] 어촌 겨울풍경 file 임의진 2019-05-06 53
10698 임의진 [시골편지] 눈썰매 file 임의진 2019-05-05 44
10697 임의진 [시골편지] 통일 올림픽 file 임의진 2019-05-04 43
10696 임의진 [시골편지] 솔로 천국 file 임의진 2019-05-02 40
10695 김남준 예수를 안 사람으로 살자 김남준 2019-05-01 85
10694 김남준 홀로 감당해야 할 십자가 김남준 2019-05-01 58
10693 김남준 믿음의 눈으로 보아야 하는 그리스도 김남준 2019-05-01 75
10692 김남준 멸시를 당하는 예수 김남준 2019-05-01 40
10691 김남준 아픔과 슬픔을 아는 예수 김남준 2019-05-01 70
10690 김남준 부당하게 대접받는 예수 김남준 2019-05-01 22
10689 김남준 배척받는 예수 김남준 2019-05-01 31
10688 임의진 [시골편지] 동계 캠핑장 file 임의진 2019-05-01 55
10687 임의진 [시골편지] 손난로 같은 사람 file 임의진 2019-04-30 35
10686 임의진 [시골편지]늑대가 우는 겨울밤 file 임의진 2019-04-29 4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