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마음의 크기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54 추천 수 0 2020.03.24 23:13:51
.........

l_2019031401001574500127561.jpg

꽃샘추위에도 바람막이숲이 있어 양지마다 쑥이 쑥쑥. 나는 벌써 쑥버무리를 해먹고 쑥국도 끓였단다. 봄이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쑥떡 생각이 간절해라. 쫄깃한 떡을 뜯어 콩고물에 찍고 입에 물려주시던 그 손. 당신도 기억하실 게다. 쑥떡을 떼어주시던 우리 어머니들.
친구가 낚시를 가자는 걸 나는 쑥 캐러 가자고 그랬다. “아니 아줌마들 속에 끼여서 쑥을 캐자고?” “칫! 낚시 가봐라. 새까만 사내들뿐이지. 들에 가보면 쑥 캐는 여인들이 콧노래를 부른당.” 내 말에 어이가 없어한다.
“푸른 잔디 풀 위로 봄바람은 불고, 아지랑이 잔잔히 끼인 어떤 날. 나물 캐는 처녀는 언덕으로 다니며 고운 나물 찾나니 어여쁘다 그 손목. 소 먹이던 목동이 손목 잡았네. 새빨개진 얼굴로 뿌리치고 가오니 그의 굳은 마음 변함없다네. 어여쁘다 그 처녀. 들과 언덕 지나서 시냇가에 가니, 꼬리 치는 금붕어 뛰고 있었다. 버들 꽃을 뜯어서 봄바람에 날리니 허공 위에 닿는 꽃. 어여쁘다 그 처녀. 나무하던 목동이 손목 잡았네. 새빨개진 얼굴로 뿌리치고 가오니 그의 굳은 마음 변함없다네….” 새빨개진 얼굴로 지종지종 지지배배 노래를 불러본다.
쑥에서 시작해 봄나물이 곧 산동네에 범람하리라. 봄도 사랑도 이렇게 확대되고 커가야 한다. 사랑을 증명하는 단계에서들 주변을 정리하고 오직 한 사람에게 속박되려 하지만, 둘의 사랑을 키우되 그간의 우정들 또한 이어갈 줄 알아야 한다. 남자의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여자의 친구들과도 잘 지내야 한다. 마음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지팡이를 짚던 할머니가 병원에서 나올 때 보니 허리를 곧게 펴고 나타나셨다. 깜짝들 놀라 “수술을 받으신 거예요?” “아니여. 지팡이를 좀 긴 걸루 써보라 해서 말이여.” 작은 지팡이를 짚고 쑥만 캐러 다닐 일은 아니다. 봄누리엔 납작 엎드린 달래 냉이 씀바귀만 있는 게 아니다. 이제 곧 키만 한 두릅나무에 쌉싸름한 두릅이 영글면 저기 산자락 너럭바위에 앉아 동동주 한 잔 마셔야지. 마음도 커가고 사랑도 커가고, 모두가 함께 커가는 봄.
임의진 목사·시인
2019.03.1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2365 이현주 황금률과 충서(忠恕) 이현주 2006-11-14 4523
12364 한희철 2.첫 예배 한희철 2002-01-02 4521
12363 한희철 봄비는 일비고, 여름비는 잠비고, 가을비는 떡비고, 겨울비는 술비다. 한희철 2009-12-23 4521
12362 김남준 충성, 최선을 다한 섬김 김남준 2006-10-23 4521
12361 한희철 외손주를 돌보느니 파밭을 맨다 한희철 2011-04-28 4517
12360 이현주 덕불형(德不形)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현주 2009-02-27 4517
12359 김남준 자기 깨어짐과 회개 김남준 2007-07-07 4515
12358 한희철 12.담배 먹고 꼴베라 한희철 2002-01-02 4506
12357 한희철 1218. 뭘 두개씩 한희철 2002-01-02 4504
12356 이현주 참된 행복은 어디에? (눅11:27-28) 이현주 2012-04-26 4504
12355 김남준 죄란 무엇인가? 김남준 2007-05-06 4503
12354 한희철 1787. 양지토끼 음지토끼 한희철 2002-01-11 4501
12353 이해인 가을 편지 8 -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 이해인 2007-01-13 4500
12352 이해인 사랑은 찾아나서는 기쁨임을 - 성모성월에 이해인 2009-05-17 4500
12351 이해인 길이신 이여 오소서 file 이해인 2007-01-13 4500
12350 한희철 1.서툰 시작 한희철 2002-01-02 4497
12349 이현주 구하는 이 (약1:5) [1] 이현주 2011-04-22 4496
12348 김남준 회복되는 세 감각 김남준 2007-07-28 4496
12347 한희철 11.단비 한희철 2002-01-02 4493
12346 김남준 죄책과 오염 김남준 2010-08-15 4491
12345 김남준 하나님의 주재권 김남준 2007-06-30 4491
12344 이해인 부활절의 기도 이해인 2007-04-06 4491
12343 한희철 37.뜻 모를 눈물겨움 한희철 2002-01-02 4490
12342 이현주 일진(日辰) 사나운 날 (눅23:26) 이현주 2011-02-15 4489
12341 한희철 36.성품 통과 한희철 2002-01-02 4485
12340 한희철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 한희철 2011-04-12 4485
12339 한희철 8. 어떤 부활절 한희철 2002-01-02 4482
12338 한희철 267.드릴 건 감사 뿐 한희철 2002-01-02 4482
12337 한희철 1259. 생명의 금 한희철 2002-01-02 4480
12336 한희철 161.함께 나눠야 할 몫 한희철 2002-01-02 4479
12335 한희철 4. 동생들아, 용서하렴 한희철 2002-01-02 4479
12334 이현주 군자(君子)는 대로행이라 이현주 2008-08-25 4478
12333 한희철 442.개 장사 한희철 2002-01-02 4477
12332 한희철 734.십자가 한희철 2002-01-02 4477
12331 한희철 1505. 메주 사건 한희철 2002-01-02 4476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