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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웅] 쓰봉 속 십만원

홍승표 정끝별............... 조회 수 1088 추천 수 0 2014.06.23 17: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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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시선 - 돈 詩]쓰봉 속 십만원


 쓰봉 속 십만원


“벗어놓은 쓰봉 속주머니에 십만원이 있다”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무슨 큰 비밀이라도 일러주듯이
엄마는 누나에게 말했다
속곳 깊숙이 감춰놓은 빳빳한 엄마 재산 십만원
만원은 손주들 오면 주고 싶었고
만원은 누나 반찬값 없을 때 내놓고 싶었고
나머지는 약값 모자랄 때 쓰려 했던
엄마 전 재산 십만원


그것마저 다 쓰지 못하고
침대에 사지가 묶인 채 온몸을 찡그리며
통증에 몸을 떨었다 한 달 보름
꽉 깨문 엄마의 이빨이 하나씩 부러져나갔다
우리는 손쓸 수도 없는 엄마의 고통과 불행이 아프고 슬퍼
밤늦도록 병원 근처에서
엄마의 십만원보다 더 많이 술만 마셨다

-‘쓰봉 속 십만원’ 부분, 권대웅(1962∼ )

 

△ 어릴 적에 할머니는 허리춤에 손을 넣고 속곳 속에서 십원짜리 백원짜리 지폐들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곤 하셨다. “까먹어라” 하시며. 동전들도 가제수건에 돌돌 말아 속곳 속에 보관하곤 하셨다. 고쟁이든 몸뻬든, 속곳이든 쓰봉이든, 사자마자 안쪽에 넓적한 천을 덧대 속주머니부터 만드셨던 이유다. 할머니나 엄마의 허리가 젖혀질라치면, 허리춤에 두 손을 넣을라치면 눈을 반짝이곤 했다. 전대에서 돈을 넣고 꺼내는 시장 아주머니의 몸짓이 낯익은 이유다.
고쟁이든 몸뻬든, 속곳이든 쓰봉이든, 그 속주머니에 전 재산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마르고 거친 손으로 주섬주섬 그 속주머니를 뒤지곤 하는 엄마들이 있다. 돈이 멀리 있는 사람들일수록 그렇게 돈을 몸 한가운데 품고 산다. 그 쓰봉 속 십만원을 전 재산으로 남기고 가셨다니, 솜처럼 가볍게 새처럼 훨훨 날아가셨겠다. 이빨이 부러질 정도로 꽉 깨물었던 이생의 고생과 고통 다 놓아버리고 이승의 어둠 가뿐히 건너가셨겠다. 그 밤하늘 적막하고 막막했겠다. 따뜻하다고 말하고 싶은 이 낯익고 진솔한 풍경이라니…
정끝별 |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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