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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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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툭툭
늙은 경운기 발통 소리 아달달달, 삼륜 오토바이는 기침 소리를 내며 노래해, 우두두두. 마치 ‘조용필’의 ‘조용한’ 노랫가락이 흐르는 풍경 같아. “젊었을 때는 무조건 내지르는 게 잘하는 노래인 줄 알았어요. 그러나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결코 내지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죠. 힘을 빼고 감정을 많이 절제해야 합니다. 감정을 누르고 눌러 내면에서 우러나야 해요. 이젠 환호보다 박수를 받고 싶어요.” 가왕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노래 잘하는 법’.
프놈펜에선 툭툭(Tuk Tuk)을 타고 돌아댕기고 있다. 당신의 등을 툭툭 건드리면 나를 향해 살짝 뒤돌아 보실까. 오토바이에 꽃마차 수레를 매단 모양의 툭툭. 우마차의 증손주, 택시의 조카뻘 정도 될 툭툭. 한국에 돌아갈 때 툭툭을 타고 간다면 지루하진 않겠어. 그거 알아요? 분단되기 전에 부산과 목포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과 베이징도 들르고, 모스크바를 거쳐 프랑스 파리나 베를린까지도 기차로 여행할 수 있었다는 거. 꽤 시간이, 아니 기간이 걸렸겠지만 그런 여행은 지루할 틈이 없었을 거야. 힘을 빼고 축 늘어진 채로도 가슴 설레는 여정이었을 듯해.
지하철이 없으니 무더운 거리를 툭툭을 타고 내달려. 인기척이 드문 북한대사관 앞을 지나고 왕궁을 또 지나치고, 크메르루주 때 처형당한 가수 ‘신 신사뭇’의 LP 음반을 한 장 사러 가는 길. 어김없이 우기엔 비가 내리니 외출 시에 우산은 필수. 툭툭 지붕에 빗물이 새네. 젖지 않으려고 두 발을 꾹 모았어. 거리엔 스님들이 무리를 지어 빗길을 걷네. 붉은 사리가 비에 젖고 신라의 의상 대사께서 ‘의상’을 협찬하셨는지 스님들 해진 옷이 특별하고만. 깡마른 몸과 형형한 눈빛, 신심의 깊이를 보는 거 같아.
몸이야 체질이랄 테지만, 부푼 뱃살 기름기에다 권력에 조아리는 종교인들은 쳐다보기도 괴로워. 외롭고 불편해도 가끔은 외유가 좋을 때가 있어.
임의진 시인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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