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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7 눈 치우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084 추천 수 0 2004.10.27 1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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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엔 눈이 흔했다. 툭하면 눈이 내리곤 했다.
이국에서 맞는 눈은 독특한 정취로 다가온다. 작은 눈송이로 한없이 부서져 내리는 하늘, 어느새 마음으론 그리움이 차 오르고 그러면 하늘 높이 날리던 연의 줄 스스로 끊듯 일부러 길을 잃고 먼길을 헤맨다. 집을 떠난 삶의 큰 허전함과 작은 호젓함, 나는 지금 어디를 떠나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를 어지러운 눈발을 보며 헤아리게 된다.
불현듯 볼에 떨어진 눈이 잠깐 사이 얼굴을 적실 때면 그게 눈물인 듯, 눈송이 하나 하나는 그리운 얼굴과 그리운 사연처럼 춤을 추며 다가온다. 모두들 평안하신지, 어딘지 누군지 상관없이 내 안과 밖에 있는 모두를 향해 안부를 전한다. 지평선을 지우며 눈은 풍경 속으로보다는 마음 속으로 내리곤 했다.
눈은 한낮에도 흔했거니와 밤에도 흔했다. 자고 나면 눈세상이 되어 있곤 했다. 독일에서의 눈은 낭만적이지만은 않아서 일감으로도 다가온다. 눈을 치우지 않아 지나가던 행인이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눈을 치우지 않은 집주인이 책임을 져야 한단다. 한 번도 그런 일을 경험하거나 보지를 못해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허황한 말은 아닐 것이다.
밤새 눈이 온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언젠지 모르게 벌써 눈들을 치웠다. 부지런도 하다. 적어도 사람이 다닐 정도의 길은 치워놓는데, 사실은 은근히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윗집에 사는 이들이 눈을 치운 모습이 그것인데, 그들은 자기 집에서 시작하여 우리 집 앞 1미터 전쯤에서 눈 치우는 작업을 끝내곤 하였다. 처음엔 몰랐지만 눈이 올 때마다 눈여겨보니 때마다 그랬다. 먹던 밥 남기듯 때마다 1미터 정도의 눈을 남겨 두었다. 여기부터는 너네 몫이다, 그러는 것처럼 보였다. 나란히 붙어살며 규정이 그런지는 몰라도 그렇게 1미터 정도 앞에서 끝내놓는 작업은 왠지 야박함으로 느껴지곤 하였다.  
그런 덕분에 내 눈 치우는 작업은 윗집에서 치우다 남긴 부분부터 시작이 된다. 그런데 바로 아랫집에 할머니 한 분이 사신다. 연로하고 건강도 안 좋은 독일 할머니시다.
눈을 치울 때마다 할머니 몫까지 치워드렸다. 할머니가 치워야 할 길은 물론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 앞까지 치워드리곤 했다. 윗집에서 남기는 1미터 정도의 불편함을 그렇게 털어 버리고는 했다.
언제 어떻게 안 것인지 눈 온 날 아침 할머니를 만나면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Vielen Dank!" 하며 인사를 하신다.
눈을 치우며 웃음으로 지우는 경계 하나. 2004.3.7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댓글 '1'

파마공주

2004.10.29 22:15:07

아침마다 열고 행복해하는 사람입니다 글들이 이렇게 인간을 순화시키고 가슴을 따쓰하게 해주는것인지를 그동안 왜 몰랐었는지... 오늘 아침에 올려진 한목사님의 글은 제가 독일의 눈내리는 하늘아래 서있는듯한 느낌을 전해받은것 같아서 행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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