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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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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책 읽어주는 여자
지난 봄날 월드뮤직을 소개하는 방송일로 중남미를 떠돌다 왔다. 그래서 만날 그쪽 동네 음반만 챙겨 들었는데, 이제야 정신이 좀 드나 전축 곁에 다른 대륙 가수들, 고전음악, 재즈 음반들도 눈에 띄기 시작한다. 어디를 가든 음악을 낮게 켜두고 책을 읽는 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목사라도 자비량으로 여태껏. 가뭄에 콩나듯 몇 푼 생기면 대부분을 책과 음반 구입에 쓴다. 생선이라도 하나 먹고 싶지만 꾹 참고 몰빵. 좋은 글과 음악에 한없는 감동이다. 남의 그림 구경하러 다니다가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젠 도화지와 물감 없이는 못 산다. 여기 시골편지 삽화도 우스꽝스럽지만 내 솜씨.
레몽 장의 소설 <책 읽어주는 여자>에선 이런 명함이 등장한다. “젊은 여성, 가정방문하여 책을 읽어드립니다. 여러 가지 시와 텍스트 문헌, 기타 서적”… 어릴 적 나도 집에 찾아와 책을 읽어주는 천사가 있었다. 긴 머리를 곱게 땋은 스물몇살 주일학교 선생님. 소매가 늘어나도록 동화책을 읽어 달라 졸랐었다.
목사님이었던 아버지는 밤마다 또 성경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는 상상력으로 가득차 꿈이 온통 성경 속의 주인공들로 마블시리즈나 진배없었다. 밤마다 꾸는 꿈이 벤허, 십계, 쿼바디스 같았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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