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말을 위한 기도

이해인 이해인............... 조회 수 2585 추천 수 0 2008.03.17 21:44:06
.........

이해인725  말을 위한 기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주여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 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 주시어
좀더 겸허하고
좀더 인내롭고
좀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주여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 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아멘

ⓒ이해인(수녀)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7805 한희철 나무 한희철 2012-02-27 2606
7804 이해인 비가 전하는 말 이해인 2005-06-08 2606
7803 이해인 성모님께 바치는 시 이해인 2008-03-28 2605
7802 한희철 저만치 슬며시 한희철 2012-01-18 2605
7801 이현주 어떤 작은 나라에서 이현주 2008-03-22 2605
7800 이현주 바보들과 수박 이현주 2008-02-24 2604
7799 한희철 명아주 지팡이 한희철 2002-04-18 2603
7798 필로칼리아 습득적 기도 최용우 2012-04-06 2602
7797 필로칼리아 명철 [1] 최용우 2012-03-13 2602
7796 김남준 불신자와 신자의 마음 김남준 2005-11-05 2602
7795 이해인 성모님 이해인 2008-03-28 2601
7794 이해인 성모님께 이해인 2008-03-28 2601
7793 필로칼리아 돕는 사람과 받는 사람 최용우 2012-03-02 2601
7792 김남준 마음의 움직임은 항상 어떤 생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김남준 2005-10-05 2601
7791 이해인 기쁨 주일의 기도 이해인 2008-03-17 2599
7790 김남준 하나님의 부흥의 도구로 쓰임 받은 사람들 김남준 2005-06-02 2598
7789 필로칼리아 태도 최용우 2012-01-06 2597
7788 이해인 사라지는 침묵 속에서 이해인 2005-08-24 2597
7787 이해인 엄마의 꽃씨 이해인 2005-08-01 2597
7786 임의진 [시골편지] 정직한 사람 file 임의진 2010-05-28 2596
7785 임의진 [시골편지]적게 먹고 작게 싸자 임의진 2009-01-13 2595
7784 한희철 중요한 일일수록 한희철 2012-05-13 2593
7783 이해인 풀물 든 가슴으로 이해인 2005-06-08 2592
7782 한희철 나를 울리는 것 한희철 2012-01-18 2590
7781 필로칼리아 목적없는 걸음 최용우 2011-12-22 2590
7780 김남준 사랑은 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김남준 2012-01-10 2589
7779 한희철 2354.물 한 바가지와 모래 한 알 한희철 2007-11-26 2589
7778 김남준 교회와 세상 김남준 2001-12-30 2589
7777 이현주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이현주 2005-03-04 2588
7776 김남준 하늘 이슬에 젖으며 하루를 시작하라 김남준 2005-08-30 2587
7775 이해인 성모님과 함께 이해인 2008-03-17 2586
7774 한희철 제야에 한희철 2012-02-06 2586
7773 임의진 [시골편지]물귀신 file 임의진 2011-06-06 2585
» 이해인 말을 위한 기도 이해인 2008-03-17 2585
7771 한희철 2335 비밀 한 가지 한희철 2007-11-08 2584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