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막국수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5 추천 수 0 2023.01.07 21:25:17
.........

Cap 2023-01-07 21-23-06-563.jpg

[시골편지] 막국수

 

강원도에 가면 놓칠 수 없는 음식, 막국수를 ‘막국시’라 불러. 메밀국수는 ‘메물국시’, 또는 ‘느릉국’이라고도 한대. 손칼국수는 ‘가수기’라 하는데, 타지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막국수란 막 부서지고 막 먹어 해치우는 국수. 메밀의 가장 얇은 겉껍질만 벗기고 빻아 만든 메밀가루. 이를 반죽해 뽑은 거무튀튀한 면발. 식당에 가면 “아주머이! 여기 마카 막국시~” 그런다. ‘마카’는 강원도 말로 모두란 뜻. 친구 셋이 커피가게에 가서 “마카 커피요”이렇게 주문을 했는데, 모카 커피 석 잔이 나왔다는 ‘설’. 아무리 국수라도 막 먹다가 체하는 수가 있지. 스님도 아닌데 국수라면 무조건 콜, 체할 만큼 환장을 하는 편이다. 멸치국수 골목까지 있는 담양에 사는 것도 다 이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해.

요새 사람들은 분노 게이지가 높고, 정중히 대면할 일도 화딱지부터 내니 그야말로 어질병이 고질병이 된 셈. 누구에게라도 고성에 막말을 서슴지 않고, 거친 욕설이나 무례한 언사들을 막국수 면발 쏟듯 게워내면서 제 딴엔 아이들을 또 기른다. 애들이 커서 뭐가 되겠는가. 살살 구슬리며 조율해가는 사회생활 같은 걸 과연 할 수 있겠나. 눈알을 부라리면서 막말을 날리면 더는 상대하기 싫음. 대화가 중단된 곳은 어디나 전쟁터.

재밌는 이야기 한 토막 해줄게. 축사가 망할 지경이라 팔려 새 주인이 왔는데, 이번엔 협상의 달인. 소들에게 매우 정중하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지.

“얘들아. 나는 딱 한마디만 할게. 고기를 내다 팔 것인지 아니면 우유를 내다 팔 것인지 모두 너희들에게 달렸어. 내일부터 두고 볼 테니 알아서 해라!” 다음날부터 최고급 우유가 콸콸 쏟아졌다는 ‘설’.

새벽엔 춥다. 빽빽거리는 고성과 막말들에 온 나라가 춥다. 따뜻한 온면, 강원도 ‘산골 아주머이’가 내주는 막국수 한 그릇 먹고파라. 나랑 같이 갈 사람, 이리 붙어라~.

임의진 목사·시인2022.09.2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075 이현주 아름다운 성전의 붕괴를 예고하심 (눅21:5-6) 이현주 2023-01-15 13
12074 이현주 가난한 과부의 헌금 (눅21:1-4) 이현주 2023-01-15 22
12073 이현주 율법학자들의 위선을 경계하심(눅20:45-47) 이현주 2023-01-15 11
12072 이현주 다윗의 자손일 수 없는 그리스도 (눅20:41-44) 이현주 2023-01-15 17
12071 임의진 [시골편지] 비닐하우스 사람들 file 임의진 2023-01-14 29
12070 임의진 [시골편지] 오래 사는 복 file 임의진 2023-01-13 56
12069 임의진 [시골편지] 인싸와 아싸 file 임의진 2023-01-12 59
12068 한희철 익숙한 것은 위험하다 한희철 2023-01-11 56
12067 임의진 [시골편지] 댄서의 순정 file 임의진 2023-01-10 35
12066 임의진 [시골편지] 신이여 file 임의진 2023-01-09 42
12065 임의진 [시골편지] 멍때리기 file 임의진 2023-01-08 31
» 임의진 [시골편지] 막국수 file 임의진 2023-01-07 35
12063 임의진 [시골편지] 젖니 아이들 file 임의진 2023-01-06 30
12062 한희철 씨앗을 심고 시간을 잊기 한희철 2023-01-04 67
12061 임의진 [시골편지] 브라질 앵무새 file 임의진 2023-01-03 55
12060 임의진 [시골편지] 멸치김치찌개 file 임의진 2023-01-02 33
12059 이현주 부활을 설명하심(눅20:27-40) 이현주 2023-01-01 43
12058 이현주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눅20:20-26) 이현주 2023-01-01 41
12057 이현주 포도원 주인의 아들을 죽인 사람들 (눅20:9-19) 이현주 2023-01-01 43
12056 이현주 자격을 묻는 사람들(눅20:1-8) 이현주 2023-01-01 43
12055 이현주 예수 죽일 것을 모의하는 사람들 (눅19:47-48) 이현주 2023-01-01 25
12054 이현주 성전에서 장사꾼을 몰아내심 (눅19:45-46) 이현주 2023-01-01 38
12053 이현주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탄식하심(눅19:41-44) 이현주 2023-01-01 27
12052 이현주 어린 나귀 등에 앉으심 (눅19:28-40) 이현주 2023-01-01 27
12051 이현주 금화 비유 (눅19:11-17) 이현주 2023-01-01 30
12050 이현주 키 작은 사람 삭개오 (눅19:1-10) 이현주 2023-01-01 34
12049 한희철 태어나서 쓴 가장 큰 돈 한희철 2022-12-28 79
12048 임의진 [시골편지] 깻잎 동포 file 임의진 2022-12-27 41
12047 임의진 [시골편지] 업두꺼비 file 임의진 2022-12-26 26
12046 임의진 [시골편지] 인생과 몀생 file 임의진 2022-12-24 43
12045 임의진 [시골편지] 풀냄새 킁킁 file 임의진 2022-12-23 43
12044 임의진 [시골편지] 제자리 마음공부 file 임의진 2022-12-22 33
12043 한희철 욕개미창과 막현호미 한희철 2022-12-21 33
12042 임의진 [시골편지] 사막학교 file 임의진 2022-12-18 15
12041 한희철 소중한, 그러나 너무도 아픈 선물 한희철 2022-12-17 3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