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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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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91.안 찢긴 포스터
직행버스가 서는 마을 입구에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작지만 붉은 벽돌로 아담하게 세워진 정류장이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으로 나갔는데 버스정류장이 휴지 조각 등으로 너저분 하다. 누군가 정류장 안에 붙여놓은 포스터들을 조각조각 뜯어내 바닥에 버린 것이다.
‘00이는 00이를 좋아한데요’라는 낙서들과 들통난 비밀을 감추려는 듯 낙서 위에 찍찍 선들을 그어 글자를 지운 것 하며, 사생대회가 열린 듯 그려 놓은 갖가지 그림들, 정류장 벅에 가득한 낙서와 그림들을 보아선 포스터를 찢어 바닥에 버린 것도 동네 아이들이지 싶었다.
태권도 관원 모집 포스터도 찢겼고, 000시국 강연회 포스터도, 기술직원생을 뽑는다는 학원 포스터도, 이웃교회 부흥회 포스터도 찢겨 있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한쪽편 앞뒤로 붙여있는 작은 행사 안내장 2장이었다. 다른 두꺼운 종이의 포스터와는 달리 그냥 모조지에 인쇄된, 답배값, 쌀값, 제값받기 농민대회가 횡성에서 열린다는 행사 안내장이었다.
안내장에는 행사 안내와 함께 담배값은 얼마, 쌀값은 얼마가 되어야 한다는 농민단체들의 주장이 만화 두 개와 같이 실려있었다.
버스정류장, 찢겨진 다른 포스터에 비해 유일하게 성한 것은 그 행사 안내장 뿐이었다.
우연이었을까?
낙서와 찢겨진 포스터.
혼잡한 정류장 벽을 두고 난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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