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자기 집이 없으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5 추천 수 0 2022.06.09 07:01:19
.........
자기 집이 없으면
꾀꼬리라는 새의 이름은 필시 그의 울음소리에서 왔지 싶습니다. 꾀꼴 꾀꼴 우는 꾀꼬리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음까지 덩달아 맑아집니다. 메마른 마음 위로 맑은 이슬이 똑똑 떨어져 내리는 것 같습니다. 푸릇푸릇 상큼한 기운이 마음속으로 번져갑니다. 그 파장이 길고 아름답습니다. 왜 새들의 노랫소리를 울음소리라 하느냐고, 잘 들어보라고, 울음이 아니라 노래라고, 꾀꼬리는 우리 입에 습관적으로 배인 말을 돌아보게 합니다.
꾀꼬리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한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오래 전 강원도의 한 시골에서 살 때 만난 할머니입니다. 할머니가 일하는 담배 밭에서 만나 잠시 쉬고 있을 때 가까이서 꾀꼬리가 울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지금 저 새가 뭐라 했는지 아느냐고 제게 물었지요. 알 리가 없는 나는 신기한 눈빛으로 할머니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할머니의 대답이 재미있었습니다. “담배 먹고 꼴 베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가 고된 일을 하는 것이 새도 안쓰러웠겠지요, 쉬어가며 일하라 했다는 꾀꼬리가 고마웠습니다.
꾀꼬리는 노랫소리만 청아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그 빛깔이 일품입니다. 온몸을 덮은 진한 노란색은 대번 눈에 띄는데, 머리와 가슴에 박힌 검정색이 노란 빛깔과 어울리며 기품을 뿜어냅니다. 녹음이 우거진 골짜기를 잠깐 사이에 지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되는 감탄사가 깁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강원도를 찾았다가 꾀꼬리 소리를 들었습니다. 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그것이 꾀꼬리의 노래라는 것을 대번 알 수가 있었습니다. 숲에서 들려오는 많은 새들의 노랫소리 중에서도 얼마든지 구별이 되는 소리였으니까요.
꾀꼬리의 소리를 듣고 참으로 반가웠던 것은 올해도 꾀꼬리가 찾아왔구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꾀꼬리의 노래를 듣는 것과 꾀꼬리가 숲 사이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무 곳에서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텃밭에서 풀을 뽑고 있는 아내에게 말했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꾀꼬리가 찾아왔네. 꾀꼬리는 어디에서 겨울을 날까? 그리고 때가 되면 어떻게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올까?”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꾀꼬리가 신기하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아내의 대답이 조금은 엉뚱했습니다. “어디선가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났겠지요. 여기서 지내다가 날이 추워지면 또 다시 따뜻한 곳을 찾아갈 테고요. 사람도 저 꾀꼬리처럼 자기 집이 없으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살 수가 있을 텐데...”
아내의 말이 현자의 말처럼 들렸습니다. 소유욕에서 벗어나면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을 터,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것이 얽매여 있습니다. 우리를 붙들어 맨 것 중 소유, 혹은 소유욕만큼 강한 것이 또 무엇일까 싶었습니다.
더 큰 집을 갖기 원하고, 집값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고, 집값이 오르면 좋아하고 떨어지면 한숨짓고, 그게 우리들의 삶이라면 다시 찾아온 꾀꼬리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일 일입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6.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830 이현주 높은 자리(막12:38-40) 이현주 2022-06-23 15
11829 이현주 누구의 자손? (막12:35-37) 이현주 2022-06-23 9
11828 이현주 으뜸가는 계명 (막12:28-34) 이현주 2022-06-23 25
11827 이현주 부활에 대한 토론 (막12:18-27) 이현주 2022-06-23 8
11826 이현주 221.가이사의 것은 (막12:13-17) 이현주 2022-06-23 10
11825 한희철 우연이 주는 선물 한희철 2022-06-22 39
11824 한희철 단 하나의 질문 [1] 한희철 2022-06-15 36
11823 이현주 주인의 아들 (막12:1-12) 이현주 2022-06-13 14
11822 이현주 율법학자들 (막11:11:27-33) 이현주 2022-06-13 9
11821 이현주 무화과나무2(막11:20-26) 이현주 2022-06-13 15
11820 이현주 성전의 장사치들 (막11:15-19) 이현주 2022-06-13 11
11819 이현주 무화과나무1 (막11:12-14) 이현주 2022-06-13 12
11818 이현주 예루살렘 입성(막11:1-11) 이현주 2022-06-13 8
11817 이현주 여리고의 맹인 (막10:46-52) 이현주 2022-06-13 11
11816 이현주 빛나는 자리 (막10:35-45) 이현주 2022-06-13 19
11815 이현주 죽음과 부활 예고(막10:32-34) 이현주 2022-06-13 8
11814 이현주 211.부자와 낙타(막10:23-31) 이현주 2022-06-13 16
» 한희철 자기 집이 없으면 한희철 2022-06-09 25
11812 한희철 동네 한 바퀴를 돌다보면 한희철 2022-06-01 22
11811 이현주 영생의 길(막10:17-22) 이현주 2022-05-27 40
11810 이현주 어린 아이 안수(막10:13-16) 이현주 2022-05-27 19
11809 이현주 이혼과 간음(막10:1-12) 이현주 2022-05-27 23
11808 이현주 반대하지 않는 사람 (막9:38-50) 이현주 2022-05-27 14
11807 이현주 누가 가장 크냐 (막9: 33-37) 이현주 2022-05-27 14
11806 이현주 죽음 예고(막9:30-32) 이현주 2022-05-27 7
11805 이현주 벙어리 귀신(막9:14-29) 이현주 2022-05-27 10
11804 이현주 산에서 본 것(막9:9-13) 이현주 2022-05-27 11
11803 이현주 변화산 (막9:2-8) 이현주 2022-05-27 17
11802 이현주 201.자기 십자가 (막8:34-9:1) 이현주 2022-05-27 14
11801 한희철 새와 인간 file 한희철 2022-05-25 28
11800 한희철 말하는 개구리 한희철 2022-05-18 37
11799 이현주 베드로를 꾸짖으심 (막8:31-33) 이현주 2022-05-16 15
11798 이현주 나는 누구냐? (막8:27-30) 이현주 2022-05-16 12
11797 이현주 맹인 (막8:22-26) 이현주 2022-05-16 7
11796 이현주 걱정하는 제자들 (막8:14-21) 이현주 2022-05-16 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