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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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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 또 하나의 대장별
대장별 이야기를 처음 대했던 것은 책 <데르수 우잘라>를 통해서였습니다. 아르세니에프라는 러시아 장교가 당시 지도상의 공백지대로 남아있던 극동 시베리아 시호테 알린 산맥 지역을 탐사하며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긴 책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숨겨진 오지에서 만난 많은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그중에서도 크게 마음에 와닿는 것은 데르수 우잘라라는 인물이었습니다. 데르수 우잘라는 시베리아에 살던 원주민으로 탐사대의 안내인으로 동행을 하는데, 데르수 우잘라는 자연과 교감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땅에 남겨진 발자국만 보고도 누가 지나갔는지 언제 지나갔는지 등 많은 것들을 짐작해 냈고, 그의 짐작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구름과 바람의 흐름을 보며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자연에서 살아온 사람이 자연에 대해서 갖는 통찰력과 감수성이 어떤 것인지를 데르수 우잘라는 보여줍니다.
데르수 우잘라가 ‘대장별’이라 불렀던 별이 있습니다. 바로 북극성인데, 북극성을 대장별이라 불렀던 이유는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 다른 별들의 중심이 되기에 대장별이라 불렀던 것이었습니다.
데르수 우잘라는 탐사 도중 여러 차례 대원들을 위험한 상황에서 구하는데, 그가 말한 대장별의 의미에 비춰보면 데르수 우잘라야말로 탐사대의 진정한 대장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뗏목을 타고 급류를 건널 때 맨 마지막으로 뛰어내린 이는 데르수 우잘라였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탐사 대원을 끝까지 지키려는 그의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대장별 이야기를 다시 들은 것은 영화 <노량>을 통해서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다룬 <노량>은 선뜻 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도 한몫했고요.
장수가 되어 한 나라를 지킨다고 하는 것의 어려움, 무엇보다도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애환들, 하나의 전투가 아니라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내려야 했던 고독한 결정들, 많은 것들이 비장하게 다가왔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영화관을 가득 채우는 북소리는 다만 북을 두드려 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영화가 주는 울림이 가슴에 공명을 일으키는 소리였습니다.
<노량>에도 대장별은 떠올랐고, 대장별이라는 말이 언급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쿠키 영상에서 만난 대장별은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가 모두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고,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떠났지만, 미리 들은 이야기가 있어 끝까지 남았습니다. 쿠키 영상을 보지 못했다면 <노량>을 보았다 말하기 어렵겠다 싶을 만큼, 짧은 영상은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전쟁이 모두 끝난 뒤 광해군은 신하들에게 대장별이 낮에도 반짝이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전하지 못한 말이 아직 남았거나, 행하지 못한 일이 아직 남았거나'
자신의 삶을 걸고 이 나라를 지켜낸 이순신 장군이 아직도 전하지 못한 말은 무엇일까, 행하지 못한 일은 무엇일까, 오늘 이 시대 우리에게 남겨진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싶습니다.
<교차로>202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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