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빗소리 감상회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55 추천 수 0 2019.02.11 23:57:58
.........

l_2017033001004129500348871.jpg

산수유, 개나리, 노랑나비, 팽목항 노란 리본. 온통 세상이 노란 빛깔이구나. 애기 노랑꽃떨기들 잡초들도 공터 담벼락 아래 무장무장 번지는 중이렷다. 맑게 세수를 할 수 있게 봄비가 내려주니 꽃도 나무도 싱그럽고 상쾌해. 서효인 시인의 시집 <여수>를 읽다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바닷가 어디로 훌쩍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 그런데 며칠 비가 내리는 통에 마음만 굴뚝이었다. 비가 오면 비도 손님이니만큼 잘 모셔야지. 어둑어둑할 때 빗소리는 심장이 쫄깃해져.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의 독일 가곡을 듣다가도, 미안 쏘오리~, 엔츌디궁(Entschuldigung·죄송합니다) 하면서 전축을 서둘러 끄고는 한다. 친구랑 통화하다 말고 “빗소리 들어볼래?” 함석 처마로 떨어지는 빗소리 감상회. 봄비처럼 촉촉한 여인이 나에게 우리 빗소리 같이 들어요” 한마디 내민다면 무장해제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웨스트버지니아에 사는 환경운동가 자넷 파웃은 어린 딸 줄리아와 ‘들을 수 없는 소리 듣기’ 놀이를 만들었단다. 나무 수액이 차오르는 소리, 눈송이가 만들어져서 떨어지는 소리, 해가 뜨는 소리, 달이 뜨는 소리, 풀잎에 맺힌 이슬의 소리, 싹이 움트는 소리, 땅속 지렁이 소리, 햇빛에 달아오른 선인장 소리, 사과가 익어가는 소리, 깃털이 부딪치는 소리, 나무가 단단해지는 소리, 이가 썩어가는 소리, 거미가 거미줄 치는 소리, 거미줄에 날벌레가 걸리는 소리, 단풍이 물드는 소리, 연어가 산란하는 소리…. 훌쩍 자란 줄리아는 대학생이 되었고, 여전히 자연을 사랑하고 고독을 즐기며 작은 행복감을 잊지 않고 산단다. ‘자연결핍장애’를 경고하는 리처드 루브의 책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은 이런 고운 얘기들로 가득하다.

우리 아이들이 빗소리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처마로 떨어지는 빗소리, 장화 뒤축으로 질컥이는 빗물소리. 악을 쓰고 고래고래 온갖 거짓된 목소리들 모두 물러가고 깨끗이 새롭게 씻기는 빗소리, 새 생명을 품어내는 착한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임의진 목사·시인
2017.03.2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40 김남준 묵은 땅을 기경하라 file 김남준 2020-04-11 82
11039 김남준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다 file 김남준 2020-04-11 80
11038 김남준 영원한 것을 허비하는 어리석음 file 김남준 2020-04-11 62
11037 김남준 잃어버린 기도생활 file 김남준 2020-04-11 53
11036 임의진 [시골편지] 이야기, 춤, 명상 file 임의진 2020-04-10 24
11035 임의진 [시골편지] 느린 강 file 임의진 2020-04-08 44
11034 임의진 [시골편지] 블라디보스토크 file 임의진 2020-04-07 28
11033 임의진 [시골편지] 부산 갈매기 file 임의진 2020-04-06 31
11032 임의진 [시골편지] 가면 올빼미 file [1] 임의진 2020-04-05 55
11031 임의진 [시골편지] 망명객 file 임의진 2020-04-04 31
11030 임의진 [시골편지] 노루 궁뎅이 file [1] 임의진 2020-04-03 56
11029 임의진 [시골편지] 중국 영화 file [1] 임의진 2020-04-01 40
11028 임의진 [시골편지] 전화 소동 file [1] 임의진 2020-03-31 43
11027 김남준 창조 목적에 기여 김남준 2020-03-31 42
11026 김남준 서로 사랑하라 김남준 2020-03-31 54
11025 김남준 신자는 사랑의 사람입니다. 김남준 2020-03-31 48
11024 김남준 양보할 수 없는 사명 김남준 2020-03-31 55
11023 김남준 교회 공동체 안에서 김남준 2020-03-31 68
11022 김남준 공동체와 함께 김남준 2020-03-31 41
11021 김남준 끝까지 사랑 김남준 2020-03-31 53
11020 김남준 교통적 사랑 김남준 2020-03-31 39
11019 김남준 보이는 교회가 어려움을 당할 때 김남준 2020-03-31 57
11018 임의진 [시골편지]성냥불 file 임의진 2020-03-30 31
11017 임의진 [시골편지] 북한 여행 회화 file 임의진 2020-03-29 48
11016 임의진 [시골편지] 개그맨 file 임의진 2020-03-28 47
11015 임의진 [시골편지] 실업자 file [1] 임의진 2020-03-25 36
11014 임의진 [시골편지] 마음의 크기 file 임의진 2020-03-24 54
11013 임의진 [시골편지] 흉가 file 임의진 2020-03-22 22
11012 임의진 [시골편지] 교회 없는 마을 file 임의진 2020-03-20 61
11011 김남준 고난의 흔적 김남준 2020-03-20 117
11010 김남준 예수의 흔적 김남준 2020-03-20 98
11009 김남준 공동생활을 통하여 얻는 유익 김남준 2020-03-20 50
11008 김남준 공동체적 지평 김남준 2020-03-20 30
11007 김남준 공동체적 구원 김남준 2020-03-20 32
11006 김남준 사랑의 질서 아래 김남준 2020-03-20 43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