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536. 안집사님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2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536.안집사님네 

 

시골사는 집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안집사님네도 예외는 아니어서 노인네들만 삽니다. 

다른 집과 다르다면 다른 집이 노인네 혼자 혹은 노인네 두 분이 살든지 하는 것에 비해 안집사님네는 노인 셋이 사는 것이지요. 세 분다 누구 가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 때로는 서로를 도우며 때론 그냥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노인네 셋이 살다 보니 무엇보다 병치레가 끝날 날이 없습니다. 한 번 집사님이 되게 앓으면 그 끝에 언니 안경순 할머니가 앓고, 모처럼 언니 동생 다정하면 두 분 뒷바라지 하던 유경복 할아버지가 아프고... 그나마 다행이라면 세 사람이 함께 앓아눕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서울에 올라갔던 안집사님과 유경복할아버지가 오랜만에 내려왔습니다. 올라가긴 몸이 아픈 안집사님에게 약이라도 한재 지어주려고 같이 올라간 것인데, 앓아눕긴 유경복 할아버지가 앓아누웠습니다. 며칠 동안 의식을 잃을 만큼 되게 앓아 누웠던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고 아랫말 집사님 댁을 찾았습니다. 유경복 할아버지의 모습이 전보다도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였습니다. 

“목사님, 바루 올라가실 거예유?” 안경순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그렇다 하자 혹시 작실집에 좀 갔다 올 수 있겠냐고 했습니다. 작실에서 혼자 살다 아픈 동생을 위해 아랫말로 내려온 할머니는 서로 반복되는 병치레로 아예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실 집은 돌보질 못해 거의 폐가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돗자리며 부채며 모기약을 꽂는 훈종기며, 가져 내려올 물건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작실 집은 집으로 들어서는 마당에서부터 잡초가 무성했습니다. 마루에는 박쥐 똥이 가득 쌓였습니다. 

혀를 차며 집으로 들어선 할머니는 집 이곳 저곳을 뒤져 필요한 물건을 찾아내었습니다. 물건을 차에 싣고 떠나려 할 때였습니다. 

“목사님 잠깐만 기다리세유. 온 김에 앞집 노인네께 인사나 드리구 갈려구요.” 

조그만 다리 건너 앞집엔 머잖아 100살이 되는 할머니가 살고있습니다. 올해 아흔 여섯되셨다지요. 잠깐 앞집에 들어갔던 안경순 할머니는 손에 화초를 한 움큼 들고 나왔습니다. 

“백일홍이예유, 노인네가 가져가라며 마당에서 뽑아주지뭐예유.” 백살이 다 되신 할머니가 모처럼 집에 다녀가는 할머니께 꽃을 뽑 준 것이었습니다. 

노인들이 나누는 정에, 외로움에 코끝이 찡합니다. 얼마 뒤 안경순 할머니를 모시고 다시 작실로 올라갈 일이 있었는데. 안경순 할머니는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사탕 한 봉지를 샀습니다. 지난번 꽃을 주셨던 앞집 할머니께 드리려는 사탕이었습니다. 

꽃에 대한 답례였지요.

아프고 힘들고 외롭고.. 그런 속에서도 서로 정을 나누며 이 땅 노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얘기마을199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1070 한희철 789.주부대학 한희철 2002-01-02 4353
11069 한희철 870.치화씨 한희철 2002-01-02 4353
11068 한희철 1251. 어울림의 아름다움 한희철 2002-01-02 4353
11067 한희철 1541. 함께 집짓기 한희철 2002-01-02 4353
11066 한희철 376.에파타! 한희철 2002-01-02 4353
11065 한희철 538.순교할 각오로 먹으라 한희철 2002-01-02 4353
11064 한희철 1224. 염치 한희철 2002-01-02 4353
11063 한희철 937. 화음에의 굶주림 한희철 2002-01-02 4353
11062 한희철 554.길 한희철 2002-01-02 4353
11061 한희철 634.광철씨의 여동생 한희철 2002-01-02 4353
11060 한희철 1060. 토요일 오후 한희철 2002-01-02 4353
11059 한희철 1124. 비는 여전히 내리고 한희철 2002-01-02 4353
11058 한희철 470.하수구 한희철 2002-01-02 4353
11057 한희철 839.어떤 결혼식 한희철 2002-01-02 4353
» 한희철 1536. 안집사님네 한희철 2002-01-02 4352
11055 한희철 798.누렁이와 까망이 한희철 2002-01-02 4352
11054 이현주 10복 한희철 2002-01-02 4352
11053 한희철 1365. 지난 겨울에 한희철 2002-01-02 4352
11052 한희철 365.담배 피우는 며느리 한희철 2002-01-02 4352
11051 한희철 1352. 은주 어머니 한희철 2002-01-02 4352
11050 한희철 1450.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회 한희철 2002-01-02 4352
11049 한희철 79.돌아온 청년 한희철 2002-01-02 4352
11048 한희철 1075. 단강의 아침 한희철 2002-01-02 4352
11047 한희철 1529. 뭐라고 뭐라고 한희철 2002-01-02 4352
11046 한희철 80.여름마을(농촌) 축제 한희철 2002-01-02 4352
11045 한희철 1207. 나무송(송) 한희철 2002-01-02 4352
11044 한희철 603.올해의 가을 들판 한희철 2002-01-02 4352
11043 한희철 815.못 씨여 먹는 것 한희철 2002-01-02 4352
11042 한희철 882.아름다운 만남 한희철 2002-01-02 4352
11041 이현주 10복 한희철 2002-01-02 4352
11040 한희철 1194. 메주 만들기 한희철 2002-01-02 4352
11039 한희철 1263. 사랑과 상처 한희철 2002-01-02 4352
11038 한희철 259.삶과 죽음과의 거리 한희철 2002-01-02 4352
11037 한희철 1320. 호수의 깊이 한희철 2002-01-02 4352
11036 한희철 317.햇살이 그립다 한희철 2002-01-02 435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